
네팔을 다녀온 후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방인의 삶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예전의 감정들까지 함께 복기됐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감정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오자마자 역류했다.
몸이 약해진 상태로 귀국을 해 또 당장 나갈 수는 없어서 넷플릭스에서 순례 관련 영화를 찾다 보게됐다. 이 영화는 일부 티벳 사람들의 인생 목표인 “라싸”까지 오체투지로 걷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왓챠에서는 이 영화로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나는 의문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순례길을 걷기 때문에 온갖 궂은 날씨를 만난다. 특히 고도 높은 티벳의 겨울은 얼마나 추운가. 그런데 그 길을 이들은 ‘오체투지’로 묵묵히 걸어간다.

”도대체 왜...“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 속의 의문이었다. 숭고하거나 신성하다는 표현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운명론보다는 인간의 의지를 더 믿기 때문인 걸까.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삼삼오오 모여 출발한 순례단은 차 대신 경운기로 짐을 싣고 간다. 그 경운기는 차가 쌩쌩 지나가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경계선이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실어주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다 라싸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경운기가 고장났는데, 이들은 손수레로 짐을 끌며 순례길을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리고 이렇게까지...?“
이들에게 ‘라싸’까지의 순례는 죽기 전 꼭 해야하는 인생의 업이다. 이걸 마쳐야만 본인의 죄를 씻고 편안히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례길을 걷는다.
하지만 왜 편안한 죽음의 기준을 하늘이 정할까. 티벳에서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과연 저 순례길을 걸을까. 오타니도, 침착맨도 말했듯이 인생은 개인의 노력을 넘어 ‘운’의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럭(lux) 작업을 하는 게 음... 나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시간에 본인을 위한 다른 투자를 하는 게 더 현실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기반으로 영화를 바라보니 순례자들의 시간이 고생으로만 보여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사는 이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며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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