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성 장염의 고통
*포카라 약국 추천/ better than hospital
이번엔 숙취가 아니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친구랑 저녁 마실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속이 안좋고, 배탈이 난 정도라 생각했는데 돌아온 후 약을 먹고난 후부터는 배가 뒤틀리는 통증도 같이 왔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원인을 모르겠더라.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낸 친구와 같은 걸 먹었는데 나만 이러니. 나중에야 사랑곶에서 먹은 짜이티를 의심했지만, 같이간 친구와 60이 넘으신 선생님들도 괜찮았다. 그리곤 깨달았지. 면역력이 약하면 아주 적은 양의 물로도 온 몸이 뒤틀릴 만큼 아플 수 있다는 걸. 그만큼 내 컨디션이 별로였다는 걸.
밤 11시부터 아침까지 침대에서 허리를 필 수가 없었다. 허리를 피는 순간 명치 아래에서부터 배꼽 위까지 뒤틀리는 통증이 시작됐다. 복부통증과 별개로 화장실은 계속 들락날락. 나중에는 이러다 탈수로 죽겠구나 싶어 물을 마시고, 그 마신 물을 또 토하기도 했다.
새벽 5시.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서 장기체류하시는 삼촌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락해 약을 부탁했다. 그 카톡을 쓰면서 엉엉 울었다.
포카라 도착하자마자 감기를 심하게 걸려 열이 나 혼자 걱정하며 코로나 검사를 하고, ABC 트레킹을 취소했다.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 취소되어 슬펐지만, ‘쉬고 가라는 계시인가보다.’라는 생각과 옆에서 챙겨주는 윈드폴 식수들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또? ‘아니 23년 새해인데, 22년 그 고생을 하고 내가 쉬러 네팔에 왔는데 새해 첫 날부터 이렇게까지 아파야하나.’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21년 새해도 코로나 때문에 한 달을 앓다 할머니들과 새해맞이했는데. 서럽고, 외롭고, 억울한 마음에 울다 잠들고 또 아파서 깨다를 반복하다 아침 8시가 넘어서야 삼촌이 사다주신 약을 받았다.
약 먹고 조금 괜찮아졌는지, 아니면 밤새 너무 게워내서인지 슬슬 배가 고프더라. 아직 배가 꼬이는 통증이 너무 심해 내려가진 못하겠어서 친구에게 부탁해 숙소에 남은 바나나를 받았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어 말라 비틀어진 상태...^^
다른 투숙객들은 아래에서 내가 어제 만든 만두가 들어간 떡국을 먹고있을 텐데, 난 이 바나나 하나도 못먹는구나. 라는 생각에 또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언니, 아무것도 못드셔서 사왔어요.”
급한 일로 한국에 귀국했다가 일주일 만에 포카라로 온 세정이었다. 말 몇마디 나눈 게 전부인 친구가 바나나 한 봉지를 수줍게 건네주는데 정말. 엉엉 우는 모습을 보이기엔 쪽팔려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문을 닫고 울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죽 끓여놨으니까 이따 괜찮을 때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타지에서 아픈 게 그렇게 서러운데,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함에 어제 새벽과 다른 눈물 콸콸. 하지만 아직 죽을 먹을 상태는 아니라 바나나와 약을 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났다.
오후가 되니 배는 나아졌는데, 이제는 두통 때문에 못 살겠더라. 병원에서 닝겔이라도 맞아야겠다 싶어 사장님께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했는데, 사장님은 병원 대신 약국을 추천해줬다. 외국인이라 대기도 오래 걸리고 아픈 와중에 검사하느라 돈이랑 에너지 다 버린다고.
기억 상 위치는 “Khahare Fast Food and Restaurant” 여기를 찍고 가면 된다! 정확한 위치는 윈드폴 사장님께 여쭤보세요 :) (https://maps.app.goo.gl/VogPokMWCk5o3rH87?g_st=ic)
그 때 마침 네팔어 통역하는 한국 분이 계셔서 그 분의 스쿠터를 타고 약국에 갔다. 가서 증상을 얘기하니 아메바성 장염이라고. 약을 받아보니 아침에 삼촌이 준 약과 동일. 너무 힘들다 얘기하니 하루만 기다려보자고 하더라.
또 숙소로 터덜터덜 돌아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아까보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루종일 누워있어 허리가 아파 1층에 내려가니 다들 따뜻하게 안부를 물어봐준다. 그리고 사장님이 끓여준 계란 죽.
저녁 쯤 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이미 아픈 게 지나서일까. 어차피 아팠을 거 윈드폴에서 아파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아파보니까 윈드폴이 얼마나 따뜻한 지, 그리고 내가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뭐랄까. 그 동안의 안좋았던 모든 인연과 기억들을 버리기 위한 이별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설날 아프니까 더더욱.
한바탕 감정을 분출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나. 3kg가 빠져 오히려 좋아 마인드로 바로 다음날부터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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