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네팔/포카라) 아메바성 장염/ 포카라 약국 추천

그리고 여행/1. 네팔

by 센슬리 2023. 4. 8. 09:00

본문

*아메바성 장염의 고통
*포카라 약국 추천/ better than hospital

이번엔 숙취가 아니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친구랑 저녁 마실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속이 안좋고, 배탈이 난 정도라 생각했는데 돌아온 후 약을 먹고난 후부터는 배가 뒤틀리는 통증도 같이 왔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원인을 모르겠더라.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낸 친구와 같은 걸 먹었는데 나만 이러니. 나중에야 사랑곶에서 먹은 짜이티를 의심했지만, 같이간 친구와 60이 넘으신 선생님들도 괜찮았다. 그리곤 깨달았지. 면역력이 약하면 아주 적은 양의 물로도 온 몸이 뒤틀릴 만큼 아플 수 있다는 걸. 그만큼 내 컨디션이 별로였다는 걸.

문제의 짜이티...^^


밤 11시부터 아침까지 침대에서 허리를 필 수가 없었다. 허리를 피는 순간 명치 아래에서부터 배꼽 위까지 뒤틀리는 통증이 시작됐다. 복부통증과 별개로 화장실은 계속 들락날락. 나중에는 이러다 탈수로 죽겠구나 싶어 물을 마시고, 그 마신 물을 또 토하기도 했다.

새벽 5시.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서 장기체류하시는 삼촌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락해 약을 부탁했다. 그 카톡을 쓰면서 엉엉 울었다.

포카라 도착하자마자 감기를 심하게 걸려 열이 나 혼자 걱정하며 코로나 검사를 하고, ABC 트레킹을 취소했다.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 취소되어 슬펐지만, ‘쉬고 가라는 계시인가보다.’라는 생각과 옆에서 챙겨주는 윈드폴 식수들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다행히 음성이었던 코로나 검사
본인 먹을 것 몰래 챙겨주신 윈드폴 가족들


그런데 또? ‘아니 23년 새해인데, 22년 그 고생을 하고 내가 쉬러 네팔에 왔는데 새해 첫 날부터 이렇게까지 아파야하나.’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21년 새해도 코로나 때문에 한 달을 앓다 할머니들과 새해맞이했는데. 서럽고, 외롭고, 억울한 마음에 울다 잠들고 또 아파서 깨다를 반복하다 아침 8시가 넘어서야 삼촌이 사다주신 약을 받았다.


약 먹고 조금 괜찮아졌는지, 아니면 밤새 너무 게워내서인지 슬슬 배가 고프더라. 아직 배가 꼬이는 통증이 너무 심해 내려가진 못하겠어서 친구에게 부탁해 숙소에 남은 바나나를 받았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어 말라 비틀어진 상태...^^

다른 투숙객들은 아래에서 내가 어제 만든 만두가 들어간 떡국을 먹고있을 텐데, 난 이 바나나 하나도 못먹는구나. 라는 생각에 또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언니, 아무것도 못드셔서 사왔어요.”

급한 일로 한국에 귀국했다가 일주일 만에 포카라로 온 세정이었다. 말 몇마디 나눈 게 전부인 친구가 바나나 한 봉지를 수줍게 건네주는데 정말. 엉엉 우는 모습을 보이기엔 쪽팔려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문을 닫고 울었다.

바나나를 사다준 따뜻한 세정이


그리고 사장님이 죽 끓여놨으니까 이따 괜찮을 때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타지에서 아픈 게 그렇게 서러운데,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함에 어제 새벽과 다른 눈물 콸콸. 하지만 아직 죽을 먹을 상태는 아니라 바나나와 약을 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났다.

오후가 되니 배는 나아졌는데, 이제는 두통 때문에 못 살겠더라. 병원에서 닝겔이라도 맞아야겠다 싶어 사장님께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했는데, 사장님은 병원 대신 약국을 추천해줬다. 외국인이라 대기도 오래 걸리고 아픈 와중에 검사하느라 돈이랑 에너지 다 버린다고.

포카라 추천 약국

기억 상 위치는 “Khahare Fast Food and Restaurant” 여기를 찍고 가면 된다! 정확한 위치는 윈드폴 사장님께 여쭤보세요 :) (https://maps.app.goo.gl/VogPokMWCk5o3rH87?g_st=ic)

그 때 마침 네팔어 통역하는 한국 분이 계셔서 그 분의 스쿠터를 타고 약국에 갔다. 가서 증상을 얘기하니 아메바성 장염이라고. 약을 받아보니 아침에 삼촌이 준 약과 동일. 너무 힘들다 얘기하니 하루만 기다려보자고 하더라.

또 숙소로 터덜터덜 돌아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아까보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루종일 누워있어 허리가 아파 1층에 내려가니 다들 따뜻하게 안부를 물어봐준다. 그리고 사장님이 끓여준 계란 죽.

깨소금까지 뿌려진 정성어린 죽


저녁 쯤 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이미 아픈 게 지나서일까. 어차피 아팠을 거 윈드폴에서 아파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아파보니까 윈드폴이 얼마나 따뜻한 지, 그리고 내가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뭐랄까. 그 동안의 안좋았던 모든 인연과 기억들을 버리기 위한 이별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설날 아프니까 더더욱.

마이 윈드폴 💜


한바탕 감정을 분출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나. 3kg가 빠져 오히려 좋아 마인드로 바로 다음날부터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는데...^^

일부러 일찍일어나 본 다음날 일출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