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 사찰지구 투어
*대성석가사 염불 체험
*치트완에서 만난 숙취스쿼드 재회 :)
전 날보다 개운하게 get-up. 오늘은 마야데비 사원 반대편, ‘평화의 파고다’ 부터 룸비니 사찰지구를 돌아보기로 했다. 마야데비 사원 정면에서 보이는 하얀색 탑은 닿기만 해도 신성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는 방법은 툭툭 아니면 도보. 툭툭이면 부르는 게 값인데 보통 500정도 부른다. ‘여행은 도보로 하자’는 주의라 나는 숙소에서부터 걸어서 갔다. 가는 길에 있는 먹자골목 이것저것 구경하고 가느라 한 한 시간 걸린 듯 하다.
중간 즈음 왔을 때 어디서 많이 본 건축양식이 눈에 띄었다. 누가봐도 한국 정자이길래 가까이 가서 봤더니 정말 한국 사람이 세운 한국 정자였다.

한국 불자분들이 와서 세우신 정자... 정말 뜬금없이 위치하고 있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불교라는 종교에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거기에 구지 민족적인(?) 걸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저렇게 플랜카드까지 걸어놓은 걸 보면 ‘한국인이 했다.’ 라는 과시욕도 있으셨던 것 같은데...

하지만 종교에 민족적 상징을 제대로 뿌린 곳은 바로 일본이었다. 마야데비 사원 반대편에서 신성한 흰 빛을 내고 있던, 이름부터도 홀리한 그 곳 ‘평화의 파고다’는 일본이 만든 사원이었다. 이름은 World peace pagoda이지만 Japanese temple에 의해 건립되었다고 적혀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일종의 문화침략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로 포장을 할 경제력도 안되는 나라에 관광지를 조성해주는 대신 부처님 태어나신 곳 맞은 편에 일본 양식의 파고다를 세웠다. ’파고다‘라는 것 자체는 네팔과 티벳 등 근방 나라의 불교양식이지만 네 개의 면에 있는 부처님의 모습은 동북아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민족적인 잣대로 보는 건 내 편협한 시선 아닐까. 이곳 룸비니 사찰지구는 ’마야데비 사원‘과 ’세계 평화 파고다‘ 사이 베트남, 오스트리아, 독일, 한국 등 전 세계의 절들이 모여있다. 각 나라의 불교 건축양식에 따라 절을 지어 이 곳을 걷다보면 모형 부르마블을 걷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 지구은 ‘불교’라는 하나의 종교로 다양한 ’민족‘들을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처음에 들었던 아쉬움은 당황스러움과 낯섦 때문인 듯 하다. ’세계 평화 파고다‘라는 단어는 통합적인 느낌이 드는데 'Japanese temple'에 의해 지어졌다고 쓰여있는 걸 봤을 때의 당혹감. 그리고 다민족 문화가 하나의 종교에 잘 어우러져있다는 낯섦.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그런데 말이다.
문화적 과시, 종교적 통합 등 하나로 구분지을 수 없는 이유로 일본이 이 건물을 만들었겠지. 파고다 공원에 앉아 잠시 생각하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원 입구에서 파는 레몬에이드. 먹어보고 싶었는데 저거 먹으면 배탈날 것 같아서 못 먹었다.

여기 소들은 낙타처럼 등뼈가 혹처럼 나와있다. 못 먹어서 그런가...
세계 평화 파고다에서 조금 내려오면 시작되는 절 존(?). 휘향찬란한 모습을 한 각 나라의 절들이다. 태국 등의 돈남아 절은 황금색으로 화려했고, 우리나라나 일본 절의 톤은 우드톤이었다.



네팔에서는 이렇게 생긴 기둥(?)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건 불전이 쓰인 기둥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 기둥에 손을 대고 돌리면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입구 앞 연못까지 꾸며놓은 베트남 절. 멀리서도 보이는 웅장함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머니에게 물어보니 코로나로 많은 신도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고...


막부 시대의 느낌이 나는 일본 절. 낮은 지붕임에도 불구하고 저 꼭대기의 소 뿔 모양의 장식 때문인지 굉장히 강하고 남성적이게 느껴졌다.


사원지구를 돌아다닐 때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들이 무리로 계속 쫓아다니면서 사진찍자고 요청. 가진 건 없지만 무서워서 사람 많은 곳에서 찍자고 대로변으로 데려가니 금새 없어졌다. 나중엔 머리를 비니 안에 넣어서 남자처럼 다녀야겠다.
숙소 돌아가는 길의 풍경.

염소 밥 먹이러 가는 아이들.

데칼코마니 소들

스님과 원숭이들.
숙소에서 쉬다 나의 숙취메이트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사원지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나자마자 술만 먹기에는 제정신에 어색하기도 하고... 지난 번 묵었던 ‘대성 석가사’에서 하고 싶었던 염불있어 친구들을 꼬셨다.
염불하러 가는 길. 저녁의 룸비니.


7시에 만나 식당 위 2층 한 방으로 가니 정말 한국 절이 있었다. 조금 늦어 방석을 가지고 호다닥 앉아 자리를 잡고 스님의 염불소리에 맞추어 30분 정도 명상을 했다.

염불로 몸도 정화했으니 이제 다시 몸을 더럽힐 시간(?). 비건/베지테리안인 친구들이라 음식점 고르는 데 애를 먹다 구글 지도를 키고 별점 높은 곳으로 갔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 고르카 폭풍 주문.

나 다음 날 나와 같은 루트로 룸비니에 온 그들. 얘들은 나보다 더 알콜 홀릭이라 그날 인사도 못할 정도로 쓰러지고도 저녁에 또 술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는 동안 버스에서 한 번 토했다고...^^ 게다가 정신없이 환승하다가 짐이 섞여 본인들 옷가지와 1kg짜리 새송이 버섯을 교환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말도 안되는 에피소드를 가져온 그들.

인당 또 3병은 마시고, 다음날 내가 새벽 차를 타고 포카라를 가야하기 때문에 일찍 파하기로 했다. 서로 아쉬움 없이. 왜? 우린 또 포카라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가려하니 날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으이그. 역시 내가 여행가면 인복은 있다. 이 귀여운 친구들을 어쩌면 좋을 지. 덕분에 숙소까지 무사 도착!

다만 숙소 문이 잠겨있어 자는 머니를 깨웠어야만 했다. 여행이던 인생이던 결국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행복해진다. 기대와 달랐던 룸비니에서의 마지막 밤을 행복하게 보내고 포카라에서의 시간들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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