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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카트만두) 만원 삥 뜯기고(?) 200원이 없어서 7km를 걸어간 하루

그리고 여행/1. 네팔

by 센슬리 2023. 1. 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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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
- 가든 오브 드림스 ▶ 카트만두 키친 ▶ 부다나트사원 ▶ Orchid 레스토랑 ▶ 파슈파티나트 사원
 

Summary

1. 오늘 다녀온 곳들
- 카트만두 안에서의 자연, Garden of Dreams
- 불교사원 부다나트 사원, 힌두교 사원 파슈파티나트사원
2. 오늘의 생각
- 오늘을 충실히 산다는 건 무엇일까?
-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돈이 모인다.
3. 그 외의 Tip
- 카트만두에서 시내버스타기
- 카트만두 현지 레스토랑 추천

 

1. Garden of Dreams

- 타멜 거리 도보 5분 거리
- 입장료 400Rps(외국인 기준)
 
오늘은 꼭 자연 속에 잠겨야겠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을 보고 어느정도 환기는 됐지만, 내가 네팔에서 기대했던 테마 중 하나인 '자연'만은 오늘 꼭 접해야겠다.
 
어제 저녁 Trip Advisor로 주변 관광지를 검색하던 중 'Garden of Dreams'라는 곳을 찾았다. 사진 리뷰로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으나, "카트만두에서 유일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한국인의 리뷰에 혹해 아침 일어나자마자 방문했다.
 
입장료는 외국인은 400 Rps. 조금 비싼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소음과 매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행복감에 기쁘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정원은 큰 파고다가 있고, 그 주변으로 정원이 꾸며져있는 유럽 스타일이었으나, 전체적으로 횅 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혹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혹은 얼마 전 일본의 미친듯이 디테일한 은각사 정원을 보고와서 그런 걸수도...^^
 
그래도 볕이 들어와 따뜻한 이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었다. '아 얼마나 오랜만의 여유인가.'
 
새로운 세상에 던지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서 하다보니 세상에서 제일 바쁜 관광객이 되어버린 나. 그리고 바쁘게 움직일 수록 무언가 비어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고요해진다. 비록 바로 옆 도서관 공사 중으로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지만, 겨울임에도 불구 초록색, 주황색 등 색감이 가득한 정원에 오니 기분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 때 갑자기 어린 꼬마아이 두 명이 오더니 내 주변을 서성이더라. 11살, 4살이라고 소개한 친구들(미안 이름은 까먹었다.)과 이런 저런 애기하고, 네팔에서 만난 첫 귀염둥이 들과 사진 찰칵. 이 사진을 친구한테 보내주니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어느 나라에 가도 빠르게 현지화되는 나...^^
 

귀염둥이들을 보내고 '신경 끄기의 기술' 마지막 파트를 읽는다.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방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방향성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언제나 죽음을 염두해두고 산다면, 우리는 내가 꼭 집중해야할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얼마 전 일을 그만두면서 사회적으로 '죽음'을 경험한 나이기에 좀 더 와닿는 이 책의 내용들.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다시 일어나기 위해 책 한 구절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삶을 충실히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이 질문의 시작점은 '이야기'였다.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다보니 주로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더라.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 경험을 쓰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나 자신,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미래 목표에 대해 불안하다. 그래도 적어도, 매일의 불안함을 안고 나아가는 한 발자국마다 마주하는 경험들은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작아졌던 마음을 다시 다잡고 지금 나눌 수 있는 경험, 나의 여행일지를 이어나간다. 
 

2. 카트만두 가정식 추천 - The Kathmandu Kitchen

책 읽다보니 1시 쯤 됐나. 네팔에 와서 먹은 게 한식, 중식 뿐이니... 양심상 오늘은 네팔 현지음식을 먹기로 했다.
 
Trip advisor에 랭킹별로 찾는 게 귀찮아 구글 맵에 음식점을 설정한 후 커서를 내린다. 그 중 나의 눈을 이끈 '네팔식 백반' 이라는 두 글자. 네팔 가정식이겠지만 이걸 '백반'이라고 번역한 것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이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카트만두 키친은 구석에 숨어있어서 구글 지도만으로는 찾아갈 수 없다. 주변 사람들한테 어딨는 지 물어보면 바로 쉽게 알려줄 것이다. 네팔 현지 음식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어제 유튜버 우기님의 네팔 여행기를 보고 음식들을 확인했다. 많은 음식 중 가장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모모와 템툭. 특히 '한국식 수제비'라고 말한 템툭이 너무 먹고 싶어 우기님이 추천한 티벳 식당을 했지만 휴무일이라 아쉬웠는데, 이 식당에서도 팔더라! (사실 대부분 네팔 현지 음식점에서 팜^^)
 
그래서 신나게 모모와 템툭을 시켰다. 두개 합해서 500Rps 정도 냈던 것 같다. 네팔 물가 비싸다고 말한 거 취소. 내가 물가 비싼 관광지 앞 레스토랑에 가서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칠리모모

전체적으로 너무 맛있었다. 특히 템툭 국물에 저 빨간 다데기를 넣으면 바로 마라탕 국물이 된다? 양이 너무 많이 반절 밖에 못먹은 모모는 싸서 호텔에 넣어놓고 다시 관광객 모드로 변경.
 
오늘은 부지런히 움직여 카트만두 동쪽에 있는 '부다나트 사원'과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갈 예정이다.
 

3. 부다나트 사원 & 근처 레스토랑 추천(Orchid Restaurant)

호텔에서 부다나트 사원까지 구글맵에 찍어봤더니 도보 1시간 거리더라. 걸어갈까. 했는데 서서히 아파오는 무릎 때문에 버스를 타기로 결정. ABC 트레킹을 위해 무릎은 아껴놔야되니까.
 
네팔은 버스정류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간판이 크게 써있지 않다. 그냥 구글 지도에 버스 기호가 있고, 그걸 클릭하면 'ㅇㅇ 버스정류장'이라고 나올 뿐. 실제로 가면 목적지도 안써있는 버스가 줄지어 있고, 그 버스 문에서 안내원들이 고래고래 목적지를 외칠 뿐이다. 네히트 카페에서 확인한 'Ratni Park Bus stop'을 찾아 숙소에서 15분 쯤 걸었을까. 공원 주변으로 크기도, 색도 제각각인 버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라이언 표시한 곳을 찍고 가면 됩니다

 
그 중 발로 차면...(!) 쓰러질 것 같은 파란색 다마스가 줄 서 있길래 이 곳은 패스하고, 건너편 큰 버스들이 있는 곳으로 가 '부다나트' 사원을 외쳤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이랄까. 내가 타야할 버스는 바로 그 다마스 버스였다. 하하.
 

줄지어 있는 다마스 정류장

'부다나트'라고 얘기하니 뒷자리 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다들 콩나무 시루의 콩나물처럼 목만 나온 채로 낑겨앉은 상태... 'There is no space'라고 하니 앞자리에 앉혀 네팔리 아저씨랑 같이 탔다.
 

차 상태에 대해 놀란 나와 아무렇지 않게 은은하게 내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저씨. 눈빛이 매우 그윽하시다.

다마스 앞자리에 3명.^^ 이게 굴러가나? 싶은데 잘 굴러간다. 뒷 자리에서 시루단지 속 콩나물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여기는 좀 아픈 자리였다. 다마스가 스틱이라 운전기사가 기어를 360도로 돌리는데 1분에 한 번 꼴로 내 오른쪽 허벅지를 계속 쳤다. 너무 아팠다^^,..
 

 
다마스 내부와 내 시야. 앞이 1도 안보임. 이 차 운전하려면 거북목으로 창밖을 보며 운전해야 한다. 목 빠지겠다... 다마스 내부에서 내 시야 찍으려다가 코파는 아저씨 사진 딱 찍어버렸네..^^
 
이렇게 한 30분 갔을까. 마침내 기사아저씨가 '부다나트'라고 말했다. 35Rps 정도 냈던 것 같다. 비록 시설은 안좋지만 가격은 매우 저렴한 네팔 대중교통. 접혀있던 몸을 스트레칭으로 피고 사원 입구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와우. 유럽이 나왔다.
 

스와얌부나트사원과는 또 다른 느낌. 가운데 원형 사원을 중심으로 상점들이 둘러쌓여 있는데, 벽들이 컬러풀해 유럽의 한 광장이 생각나게 한다. 또한 사원 구역 안으로 들어오니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1일, 2일차의 모습과 달리 카트만두는 서울처럼 공간 별로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부다나트 사원 역시 어제의 스와얌부나트 사원처럼 석탑에 옷을 입히고, 흰 벽에 노란색 물감을 뿌리고 있더라. 아마 곧 설날이 다가오기 때문인가? 궁금해하며 원형 사원을 따라 사원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근처에서는 무언가를 태우는 지 계속 연기가 났고, 그 앞의 노점상에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사고 있다.
 

연기 가득한 사원 입구
만국기 같은 소원천

이들이 파는 건 바로 사원마다 걸려있던 형형색색의 천이었다! 우리나라 절에 가면 등 파는 것처럼, 여기는 저 두루마리 처럼 말린 소원지를 판다. 가격은 개당 500 Rps.
 
그런데 소원지 1개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아 사원 처음부터 끝까지 달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소원지와 함께 달아야 한다.  나만의 한 줄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은 두루마리 7개를 사면 된다고 한다.
 
나는 가볍게 1개만 사고, 상인 아저씨가 준 마카로 두루마리 윗면에 소원을 적었다. 그리고 아저씨가 말한 것처럼 사원 안으로 들어가 소원지와 함께 기도를 하고 나왔다. 기도는 사원 입구 안 쪽 작은 사원에 들어가서 했는데, 소원지를 잡고 두손모아 기도하고 있으니 한 아저씨가 내 소원지를 가져간다.
 
'아니 이건 뭐야?' 하고 그럴 쳐다보니 그가 벽에 두번, 그리고 내 이마에 두번 톡톡 소원지를 쳤다. 아, 아마 네팔 현지 방식으로 소원 비는 방식을 알려준 것 같다. '덤네밧' 이라고 말하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르켰는데, 역시나. 돈 내라는 얘기였다^^. '세상의 공짜는 없군' 하며 너털한 웃음을 짓고 다시 나와 소원지를 판매한 아저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아저씨가 뒤의 인부들에게 전해줘 내 소원지가 사원에 걸린다고 한다.
 
궁금해하던 소원지의 정체를 알아내 신난 그 때, 갑자기 종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사람들이 갑자기 사원 입구로 모여 누군가에게 돈을 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스님이 작은 사원 안에서 기도를 하고 있고, 다른 스님은 돈을 수금(?)하며 사람들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역시 사람의 소망이 모이는 곳에는 돈이 모인다고 하던가.  세계문화유산인 절이라 모두가 주변에서 명상을 하고 있고, 신성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모이는 만큼 돈이 모였다. 주변엔 레스토랑과 상점이 가득했고, 스님들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며 돈을 수금하고 있었다. 뭔가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사의 모습이랄까.
 
스님을 지나 골목을 구경했다. 절 근처여서 그런지 관련 물품을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다. 특히 소원지를 판매하는 곳이 꽤 있었는데, 공장에서 드르륵 만들어서 판매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가내수공업이었다.

 
골목 구석구석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배고플 땐 역시 Google map. 평점도 높으면서 분위기도 좋아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짜이티를 시켰다.

역대급 디럭스 샌드위치

한 입에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속이 꽉찬 샌드위치를 본 게 얼마 만인지. 맨날 잠봉뵈르같은 샌드위치 속만 보다가 이렇게 꽉찬 샌드위치를 보니 내마음도 꽉찬다. 게다가 저 안에 야채 다진 건 엄마가 옛날에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홈메이드 샌드위치 맛을 아주 제대로 재연했다.
 
기분좋게 밥을 먹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음 목적지를 지도에 찍는다. 파슈파티나트사원. 걸어서 30분 거리.
 

4.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파슈파티나트 사원

다들 인도의 겐지스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겐지스 강에 가서 시체를 태우고 그 남은 잔해들을 모두 강가에 흘려보낸다는 바로 그 강. 놀랍게도 네팔에도 겐지스강과 동일한 의식(?)을 치루는 곳이 있다. 바로 '파슈파티나트 사원'이다.
 
이 사원은 힌두교인들에게는 인생에서 반드시 방문해야하는 순례의 장소이다. 그런데 이런 사원이 바로 불교의 또 다른 순레지인 '부다나트 사원'에서 겨우 도보로 3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다른 종교의 순례지가 바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 전혀 이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전 포스팅에서 올렸던 것처럼 오히려 부처님과 힌두신의 동상을 한 곳에 마주하여 세워놓기도 한다. 얼마 전 힌두교 신자인 친구와 얘기해보니, 이들은 부처님도 힌두교 신 중에 하나로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동에서는 같은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종파가 달라 전쟁까지 벌이는데... 네팔에 있을 수록 이 나라의 숨겨진 매력들을 알게 된다. 
 
오르막길 도로를 건너니 사람들이 모두 다같이 한 방향으로 향한다. 아직 파슈파티나트 사원까지는 거리가 좀 남았지만, 사이드로 빠지는 건 도보여행의 묘미 아닌가. 나도 사람들을 따라 옆으로 빠진다. 근데 알고봤더니 거기가 파슈파티나트 사원이었다. 껄껄. 역시 인생은 어디로 어떻게 갈 지 모르는 거지.
 
네팔의 어느 관광지든 외국인들에게 높은 입장료를 징수한다. 내 기억 상 아마 여기는 1300Rps 정도 됐던 것 같다. 돈을 내고 구경하려는데 한 남자가 잡고 본인이 가이드해준다고 한다. 이 사원의 공식가이드라면서 가이드증을 보여주더라. 힌두교에 대해 종교적 지식이 거의 없는 나는 바로 승낙했고, 너무 만족스러운 가이드 투어였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가이드. 하지만 인류학을 전공해서인지 지식도 풍부하고 영어도 잘한다. 나중에 가서 이분을 만나면 가이드투어 추천!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첫 모습은 연기 자욱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24시간 쉴 틈없이 시체를 태운다고 한다. 힌두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시체를 태워야한다는 믿음이 있기 떄문이다.
 

시체 소각하는 모습, 그리고 소각 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리

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공공장소에서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일종의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마치 나처럼. 때문에 사진 찍는 걸 매우 조심스러워했지만, 가이드는 힌두교 신자들에게 그건 전혀 무례한 행동이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불교의 윤회사상과 비슷한 느낌이다.
 
파슈파티나트사원은 돌 다리 하나를 기준으로 시체를 씻기는 곳과 태우는 곳이 나누어져 있다. 힌두교에서는 죽은 자를 바로 태우기 전, 바그마티강(바로 앞 강물)의 물로 몸을 씻긴다. 인도의 겐지스강까지 이어지는 이 강을 신성한 강으로 여기기 떄문에 이 물로 몸을 씻긴다고 한다.

온 가족이 모여 시체를 씻기는 장면, 그리고 소각 전 대기하는... 마치 방치된 듯한 시체의 모습

시체를 씻기고 나면, 계급에 따라 지정된 장소로 가서 시체를 태운다. 공식적으로는 페지됐지만 아직 네팔에는 카스트제도가 있다. 가장 상위계급인 브라하민 계급은 시체 씻기는 곳 바로 옆에서 시체를 소각할 수 있다. 그 외 계급은 들 것에 시체를 지고 다리를 건너 시체를 태워야 한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계급이 나누어지는 모습이라... 사실 대부분의 나라가 사회적으로가 아닌 자본적으로 계급이 나누어져 있고 그에 맞는 삶을 산다. 다만, 이게 아메리칸드림일 지는 모르겠지만, 자본적인 계급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지만 카스트제도같은 사회적 계급은 전혀 바꿀 수 없기에 더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그 이후 태워지는 시체들.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도 보여지는 계급과 자본의 차이...

 
시체를 태울 때도 방법이 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큰 아들이,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작은 아들이 부모님 입에 불 붙은 장작을 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힌두교에서는 두 명의 아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반대편에서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봤을 때의 느낌은 너무 이질적이었다. 문화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전혀 익숙하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니 한 편으로 역겹기도 했다. 매캐한 시체 타는 냄새들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반대편, 내가 있던 곳에는 여러개의 석탑이 있다. 이 석탑은 아이를 원하는 부부가 와서 아이를 점지해달라 비는 곳이라고 한다. 윤회를 믿기에 죽음 앞에서 새로운 삶을 비는 것일까. 솔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문화적 차이였다.
 

아기 점지를 비는 사원과 동상

그리고 시체 소각하는 곳에서 조금 내려오니 한 마을이 있다. 먼지가 가득 뭍은 옷을 입은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이 짊어진 쓰레기들을 보니 아마 빈민가 같다. 아까 다 탄 시체의 잔해를 강물에 버리자마자 한 아이가 달려가 그 밑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았다. 가이드는 금니같이 시체에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을 찾기위한 행동이라고 했다. 무례한 행동이지않냐 물어보자, 그는 그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얘기했다. 파슈파티나트사원 다리 바로 아래 있는 그 마을은 아마 이들이 사는 곳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 새로운 생명을 기원하는 사람들과, 누군가의 죽음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삶과 죽음이 오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곳, 파슈파티나트 사원이었다.
 
난생 처음 겪은 이 이질적인 감정에 무거워진 마음으로 마지막 사원 투어를 하던 중, 컬러풀한 수도승들을 만났다. 가이드는 이들과 사진을 찍으면 소원이 3개월 안에 이루어질 거라고 말했다. 아무 생각없던 나는 좋다구나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는 1000Rps를 삥뜯겼다(?). 
 
축성을 빌어준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돈을 줘야한다고 해서 보니 잔돈이 없더라. 가이드에게 잔돈으로 바꿔달랬더니 돈이 없다고 하고, 또 이 수도승분들이 'Thousands'라는 말을 알아들어버렸다! 나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1,000Rps를 드렸다. 이 순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전혀 모른 채^^
 
약 1시간의 가이드 투어가 끝난 후 다시 시체 정돈, 소각 현장으로 돌아가 그 장면을 멍하니 보았다. 처음엔 노랗게 뜬 발이 무서웠지만 계속 보다보니 뭐랄까. 그냥 삶의 일부 과정처럼 느껴지더라. 익숙해진다는 건 역시 무섭다.
 
너무 많은 연기를 마셔서인지 목이 아파와 숙소로 가기로 한다. 사원을 나가는 길에 아까 그 수도승들이 있던 곳을 지나쳤는데, 저렇게 편하게 주무시고 계시더라. 아마 오늘의 할당량을 다 채웠기 때문일까...^^ 그래 누군가가 행복하다면 됐다.
 

 
버스 정류장에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10Rps밖에 없었다. 버스비 30Rps였던 것 같은데... 텍시도 현금으로 내야되서 근처 ATM기를 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원이 없는 나는 결국 7km의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다.
 

1시간을 걸어왔는데 아직도 1시간이 남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걷는 내내 너털웃음이 나더라. 혼자 미친듯이 웃으면서 걷다가 중간 쯤에 'Big Mart'가 있어 병나발이나 불 생각으로 들어갔다. ㅇㅏ니 그런데, 여기서 너무 소중한 것을 만났다. 바로 S.O.J.U
 

 
맥주가 350Rps인데 소주는 겨우 170 Rps였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하늘이 나에게 소주를 점지해주셨다. 그리고 마트에 신라면도 있어서 바로 2개를 샀다. 아까의 삥뜯김으로 인해 가득했던 후회는 어느새 8:45. 집에 가서 얼른 소맥에 라면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지더라.
 
그렇게 2시간에 걸쳐 도착한 My Sweet Home 'Capital Beautique Hotel' 나가기 전에 청소 요청하면서 100Rps를 두고 갔더니, 방 안에 꽃과 학 한마리가 있더라.
 

1달러의 행복

오늘 200원이 없어 걸어온 것부터, 1000원으로 방 안에 학까지 생긴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웃겨 한참 웃었다. 역시나 인생은 예측할 수 없구나. 그리고 돈은 최고구나.
 
기분 좋게 샤워하고 나와 술상을 펼쳤다.

현지 식당에서 산 치킨 소세지와 이름모를 롤, 그리고 머리삔으로 고정한 신라면쥐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부터 1달러라는 돈의 위대함까지 알게된 참 다이나믹했던 오늘 하루. 우리 엄마가 늘 말하는, 인생의 100%는 없고 51%만 행복해도 행복한 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Up & Down이었고 매 순간 새로운 재미가 가득했다. 이제 점점 수용의 단계를 거쳐가는 나에게 고생했다는 수고의 토닥임을 주고 기분좋게 소맥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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