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정
- 박타푸르 day trip
Summary
1. 오늘 다녀온 곳 |
- 박타푸르: 입장료 1800 Rps(2023.1월 기준) |
-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 다타트라야 광장 |
2. 오늘의 생각 |
- 선택의 기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둘 중 무엇이 맞는 걸까. |
- 찾았다 해장용 네팔 음식. '모모졸!' |
- 18C까지 기술적으로 뛰어났던 네팔이 왜 지금은 OECD 100위 권의 국가가 됐을까. |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
오늘은 카트만두 근교의 '박타푸르'라는 도시를 간다. '박타푸르'는 '카트만두'의 계곡을 따라 발생한 문명지 3곳 중 하나이다. 이곳에는 기원전 10C부터 크고 작은 도시가 있었지만 흥망성쇠를 거듭하다 9C, 말라왕조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춘 문명 도시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15C, 카트만두로 수도를 천도하기 전까지는 말라왕조의 수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18C, 고르카 왕국(맥주로도 유명하고, 고르카 군인들로 유명한 바로 그 지역)에 침략을 받았고, 별 다른 저항없이 항복을 해 다른 '카트만두 계곡' 도시 두 곳과 달리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곳은 문화유적지 외에도 도자기를 만드는 자기 기술로도 유명한 도시이다.
어제 많이 걸어서일까.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이 들었다. 아침 11시까지 늦장을 부리다가 몸을 일으켰다.
'박타푸르를 꼭 가야할까?' 샤워하기 전 생각이 들었다. 난 여기 놀러온 게 아닌데. 일상생활 중 문득 드는 질문들에 과거를 돌아볼 때가 있지 않나. 이 날이 그랬다. '내가 왜 박타푸르를 가려고 하지?' 생각해보니 '유명한 곳'이기 떄문에 가려고 했었다. '정말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고른 여정지였다.
지난 몇 년동안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보다는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를 기준으로 선택을 결정할 때가 많았다. 5년 전, '더이상 취업 준비를 하고 싶지 않아.'라는 이유로 선택했던 회사에서 질릴 정도로 많은 일을 겪다보니 그 동안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지 않았던 결과인 것 같아 '후회하고 싶지 않음'을 선택의 우선순위로 두게 되었다. 하지만 후회는 미래의 일이고,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건 현재의 기분인데 매 순간을 미래의 대비책으로 살다보니 굉장히 지치게 되더라.
그래서 다시 나에게 물어봤다. '정말 가고 싶니?'. '하고 싶은 것'과 '후회하고 싶지 않은 것' 이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 최소한 현재 나의 생각을 물어봤고, 하기싫은 건 아니니 '박타푸르'에 가기로 했다. 물론, 안가면 딱히 할 것도 없기도 했고.
어제 부다나트 사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던 '락나파크 버스 정류장'이 아닌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구글 지도에 '박타푸르 버스 정류장(Bhaktapur Bus Park)'라고 치면 나온다. 아, 참고로 네팔은 우리나라처럼 '여기가 버스정류장이요!' 라고 간판을 걸어놓진 않는다. 그냥 버스가 많이 서있으면 그 곳이 버스 정류장이다.
오늘 타고가는 버스는 파란 다마스보다 조금 큰 스쿨버스. 버스가 커 다행히 기사님의 스틱 공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버스가 좁은 건 매한가지. 뒷 자리에 낑겨 앉아 몸을 웅크리고 간다.
한 한시간 쯤 갔을까. '박타푸르'라고 라고 말하는 안내원에 말에 따라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비는 50 Rps. 근데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35 Rps였는데... 그리고 아무리 버스승객들을 봐도 50Rps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흠... 문화유적지 입장료에 외국인 할증이 붙는 것처럼 버스비에도 할증이 붙는 건가. 불명확한 것. 이게 여행의 묘미지. 생각하고 차에서 내렸다.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는데,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을 찍고 걷다보니 마을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앞에는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는 1800 Rps! 여태까지 다녔던 곳 중 제일 비싸다. 하하. 안내판을 보니 현지인들은 150 Rps정도. 외국인 할증이 10배 정도 붙는 구나^^. 우리나라와는 다른 관광지 입장료 정책. 경복궁만 해도 외국인은 무료 입장인데, 한국인은 1천원 정도 내야하는데. 외화 벌이는 이렇게 해야지. 입장료를 지불하면 티켓을 준다. 그리고 박타푸르를 돌아다니다보면 입구가 여러개가 있는데, 입구 별로 티켓을 확인하니 버리지 말고 꼭 챙겨다녀야 한다.
마을 입구로 들어가면 빨간 벽들의 집들로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으잉? 하는 느낌이었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잘 보존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노후되고 부서진 건물들이 많았다. 타멜의 뒷 거리를 보는 느낌.
걸을 수록 정돈된 건물들이 나오면서 북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입구에서 10분 쯤 걸었을까. 아이들이 교복 입고 떼지어 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수학여행에서 단체사진 찍기 위해 기다리는 느낌.
그리고 저 멀리서 보이는 웅장한 건물.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의 건물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지붕을 여러 층으로 쌓고, 아래층에서 윗층의 지붕을 지지하는 나무를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게 네팔(혹은 말라왕조)의 전통 건축 양식인 듯 하다. 사진에는 안담겼지만 지붕을 지지하는 저 대각선 나무기둥의 조각들이 정말 디테일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 때, 어떻게 저렇게 디테일한 조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 건축물 뒤로 조금 가면 또 다른 작은 광장이 하나 나온다. 여기는 방금 전 봤던 목조 건축물이 아닌 핑크색의 원형 석탑 건물이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건축 스타일의 건물이 한 공간에 있을 수 있을까? 말라왕조 때가 아니라 다른 시대일 수도 있지만...^^ 여기 역시 석조 계단 위에 건물이 건축되어 있는데, 계단마다 석조 동물 조각상들이 있다. 경복궁에 가면 보이는 우리나라 해태처럼 수호신 느낌인데, 가까이서 보니 동상에 금이 가있고 그 사이가 시멘트로 메꿔져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얘기하기를, 2015년 지진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새 시간은 1시. 쨍한 햇빛 때문인지 몸이 금새 지쳐 구글 맵을 켜 점심먹을 식당을 찾았다. 오늘 간 곳은 'Balakhu Food Point'.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날 소맥의 여파로 해장이 필요해 사장님께 'Hot Soup'을 얘기하니, '모모 Johl'을 추천해줬다. 그리고 만났다. 네팔에서의 해장 음식을.
모모졸은 양이 적을 것 같아 '달밧(한 접시에 밥이랑 반찬 담아주는 백반)'과 비슷하게 생긴 '카자세트'를 시켰다. 저 가운데 있는게 카자세트인데, 가운데 흰 건 밥이 아니다. Crispy Rice라고 하는데, 오트밀같다. 밥과 국물로 해장하는 나는 생각하지 못한 오트밀에 당황...^^. 포만감 있는 밥이 아닌 과자와 반찬을 먹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모모졸 덕분에 속이 한 층 편안해졌다.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사장님이 계산대 앞 쟁반에 있는 씨(?)를 권했다. 입가심용으로 네팔리들이 먹는다길래 한 숟가락 입에 털었다. 씹자마자 아저씨는 '어때'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데, Oh God. 지금은 몇일 지나 정확한 맛은 기억 안나는데, 모모졸로 내려놓은 속이 다시 역류하는 느낌이었다. 바로 뱉고 싶었지만 아저씨의 흐뭇한 눈빛에 웃으며 휴지 한장을 챙겨 나와, 골목 돌자마자 바로 뱉었다.
탁해진(?) 입 안을 귤로 가시고 길을 따라 걸었다. 네팔 사원에도 걸려있는 만국기(?)처럼 컬러풀한 깃발들이 건물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다. 'Coldplay의 Hymm for the weekend'가 생각나는 순간.
박타푸르 마을은 ㅁ자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들이 ㅁ자로 그 사이에 큰 연못이 있다. 15C, 그 연못은 사람들의 식수나 빨래터로 사용됐을 느낌. 지금은 녹조가 껴서 그 물을 실제로 사용하진 않는 듯하다. 그 주변에 빨래만 말리는 정도.
그리고 마을을 지나다보면 수돗가나 우물을 발견할 수 있다. 도시가 형성될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옛날에 물을 끌어와 마을에 공급할 정도의 수도 기술을 갖췄다는 건데...
'박타푸르'를 여행하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다. 그 옛날 5층으로 지붕을 쌓아 건물을 올리고, 수도 기술을 갖출 정도로 기술적으로 뛰어났던 말라왕조의 후손들이 왜 지금은 OECD 100위권 이하의 나라가 된 걸까. 건물에 장식된 조각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한데, 왜 아직까지도 이들은 우물을 길어서 식수로 사용하는 걸까.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박타푸르'라는 도시를 접하면서 드는 아쉬운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물을 긷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한편으로는 내가 이들보다 물리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겠지. 참 모순적인 생각이라 이런 생각을 가진 것 자체가 순간 미안해졌다.
'박타푸르'를 걷다보면 느껴진다. 그 시절 이 도시는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걸. 연못을 중심으로 건축된 빌딩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있는 우물,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랑방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나마스떼'라고 먼저 인사한다. 그럼 낯선 이를 향했던 경계의 눈빛이 풀리고, 환한 웃음으로 그들 역시 '나마스떼'라고 답해준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걷다보니 도착한 또 다른 공간. '다타트라야 광장'이다. 여기는 초입에 있었던 광장과는 달리 고즈넉한 느낌이었다. 광장 가운데 있는 가니쉬 신을 모시는 사원을 주변으로 같은 양식의 건물들로 둘러져있다.
층 별 베란다마다 작은 동물 동상이 있길래, '와 디테일 네팔.' 했는데 자세히 보니 비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저 창문 가운데에 자리잡은 비둘기는 정말 동상인 줄 알았다.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면 한 두명씩 사원에 와서 기도를 하고 간다. 힌두교 신 중 하나인 가니쉬 신 사원인데, 힌두교인들은 이마와 가슴을 세 번씩 번갈아가면서 손을 댄다. 일상생활 반경 내 사원이 있다보니 오며가며 기도를 많이 하는 네팔인들. 매일 무얼 기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소망이 조금씩은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특히, 저 광장 우물가에서 물 긷는 아이들의 꿈은 꼭.
4시 쯤 되니 바람이 차진다. 해 지기 전에는 집에 가야되니 몸을 일으켰다. '박타푸르' 유적지 입구로 가는 길에 본 버스정류장에 가서 '락나파크' 행 버스를 탔다. 가격은 아까와 똑같이 50Rps(진짜 가격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치트완에서 만난 니나는 35Rps를 냈다고 했는데... 외국인 할증은 동양인에게만 붙는 것인가^^)
점심도 과식하고, 약간의 멀미 떄문에 저녁을 스킵하고 바로 호텔에 들어왔다. 따뜻한 물로 씻고 얼른 자려는데, 몸이 피곤하면 더 잠이 안오더라. 그러다보니 저녁 9시가 됐고, 점점 배가 고파져 호텔 룸서비스 리스트를 봤다. 단백질, 고기를 너무 먹고 싶은데 피자, 스파게티 혹은 네팔 음식만 있더라. 그 한국의 기름진 돼지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 구글맵을 키고 레스토랑을 쳤다. 그리고 한참을 찾다보니 너무 맛있는 BBQ 사진이 보이더라. 위치도 바로 우리 호텔 근처.
카트만두에서 밤에 나가는 건 처음이지만, 배고프면 사람이 용감해진달까. 모자와 바람막이로 몸을 무장하고 밖에 나갔다. 그리고 내가 사온 저녁. 네팔 현지 음식 'Pork Sekuwa'와 계란 볶음밥과 그린샐러드.
그린샐러드라길래 상추같이 잎채소 샐러드일 줄 알았는데, 당근/무/오이를 길게 썰어주더라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생야채를 좋아하는 나는 오히려 좋아.
오늘 아침 숙취로 고생해 절대 NO 알콜을 외치던 나였지만. 사람 바꿔서 쓰는 거 아니다. 역시나 오는 길에 슈퍼에 들려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310Rps를 내며 건네받은 '고르카 비어'를 마신다.
트레킹, 치트완 투어 등 결정할 게 많은 내일을 위해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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