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모두 나에게 있다. 나의 몸, 마음, 감각, 생각을 알아차리고 관찰해라. 감정에 압도되지 않는 것, 과거의 조건화를 끊는 것, 미래의 방법을 찾는 행동의 주체는 나다.
10년 전 친구의 소개로 접했던 '지대넓얕' 팟캐스트는 나의 삶에 종종 이정표가 되곤 한다. 새 해 기념 책장을 배불리하기 위해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렸을 때, 왠지 불교 책을 여러권 사고 싶었다. 이번 2월 예상치 못한 감정의 파도 속 애쓰고 있는 미래의 나를 예견했나? 팟캐스트 패널 중 한 명이었던 김도인의 명상수업에서 들었던 '위빳사나' 라는 단어가 기억나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이라는 책을 샀다.
미얀마에서 작성된 이 책은 고엔카라는 명상지도자가 명상센터에서 10일 간 가르치는 명상 수행법과 그의 어록들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책 서두에 써있듯, 이 책은 위빳사나 명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입문서일 뿐, 방법론이 적힌 책이 아니다. 고엔카가 위빳사나 명상법으로 강조했던 건 '알아차림'과 '비우기'. 이 수행법을 연습하는 이유는 고타마 싯타르타(부처)가 말했듯 삶을 가득채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고통의 원인은 바로 무지에서 오는 것. 지식과 지혜가 아닌 나를 구성하는 나의 감각, 감정, 마음, 마음 이외의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변하는 존재이다. 우리의 몸은 수백억개의 세포로 구성된다. 그 세포들은 매 순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고정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자아를 지니며 살아온 세월동안 쌓아온 경험과 감각, 감정은 습관화되고 조건화되어 자동반사적으로 혐오와 회피의 감정과 행동을 발현시킨다. 과거와 맥락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우리는 현재를 바라보지 못하고 자동화된 반응에 의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며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낸다.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위빳사나 명상이다. 반복적인 훈련으로 우리는 담마, '지금, 여기의 길'을 발견해야 한다. 담마를 발견하는 방법은 '알아차리는 것'이다. 감각과 감정은 상황 인지 후 내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결과물들로 몸과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내 감각과 감정을 알아차린다. 알아차린 후 바라본다. 회피하지도 말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원인을 분석하려고도, 제거하기 위해 방법을 찾지도 말라. 우선 알아차린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두 가지를 막아낼 수 있다. 상황에 대한 무의식적인, 원치 않는 나의 감각과 감정. 그리고 그 이후 반복되는 조건화의 강화를 막을 수 있다. 이 두 개로 문제가 해결되나? 아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를 나의 세계 안으로 가져올 수 있으며, 평정심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자동화된 시냅스를 끊어내어 미래의 내가 동일한 고통 속에 살지 않도록 다른 선택지를 만들 수 있다.
이상적인 말이다. 안다. 말로는 참 쉬운데, 직접하기에는 어려운 것도 안다. 비몽사몽 잠결에 1년 이상 명상을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 외부의 관계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심장부터 뛴다. 혐오와 회피의 감정이 불러일으켜지지만 다행인 건 난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건 문제 해결이지 내 감정 표출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범위를 구분지을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포용할 수 없는 범위도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구분해낼 수 있다.
고엔카나 부처가 말하기를, 그것 역시 너가 아직 자아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니,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벗어나라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이 아니요, 모두를 포용할 성인도 아니기 때문에 마지노선은 그어 놓는다. 아직은 수행이 부족한 나이기에 한계선이 없으면 나 자체가 흔들려 스스로에게도, 외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지난 과거를 기억하기에.
쉽지 않은 수행이기에 '~을 해야한다'는 당위 뿐인 말보다는,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널뛰기 할 때 이를 잠재웠던 실제 사례들이 있었다면 더 도움이 됐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책 서두에도, 말미에도 썼듯 이 책은 위빳사나 명상 소개책자일 뿐, 수행법은 센터를 방문해 전문가의 지도 하에 진행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한다.
7월 일본 후지락페스티벌에 fred again...이 와서 도파민 파티를 즐겨보려 했지만, 내한 가능성도 있고, 8월에 시드니도 가야하니 고민이었다. 도파민 파티도 좋지만 극단의 취향을 가진 내가 일상생활에서도 좀 더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일본 대신 담마코리아 명상센터를 조만간 찾아갈까 싶다.
*35p 당신은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만 가르쳤으며, 다른 이들도 그런 지식을 계발하라고, 스스로의 권위자가 되라고 격려했습니다. "각자의 섬이 되어라. 자신을 안식처로 삼아라. 진리를 섬으로 삼고, 진리를 안식처로 삼아라. 그 외에는 어떤 곳도 안식처가 될 수 없다."
*50p 매 걸음을 스스로 밟아야 해. 한 걸음을 걸은 사람은 그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네. 백 걸음을 걸은 사람은 그 목표에 백 걸음만큼 가까워진 것이네. 그 길을 모두 걸은 사람은 최종 목표에 다다른 것이네. 자네도 스스로 이 길을 걸어야 하네.
*59p 모든 인간은 사실 개별적인, 그러나 연속된 현상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그는 알아챘습니다.
*72p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은 우리 행동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행위의 주인이 됨으로써 우리는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고통이 일어나게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행위 속에 고통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붓다는 말했습니다.
- 당신이 당신의 주인이고, 당신이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
*101p 이처럼 존재의 현 상태만이 실재하는 것이지 과거나 미래 상태는 실재하지 않는다. ...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되어가는 과정만이 계속된다는 것을 깨닫고 가르쳤습니다.
*174p 그대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깨달음에 도달한 자는 그 길을 보여줄 뿐이다.
- 진리는 직접 경험함으로써, 오직 자신을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256p 폭풍은 언젠가 몰아칩니다. 문제들 또한 일어납니다. 그것들로부터 도망치려고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며, 자멸하는 행동입니다. 그 대신 해야할 일은 폭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자신이 배운 것을 무엇이든 활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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