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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세상과/1. 책

by 센슬리 2023. 12. 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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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로맨스 소설인 듯

*하루키 소설의 장점은 몰입하면 나도 바로 이세계 차원이동 가능

*1980년 초반의 초고를 2022년까지, 출간하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방망이 깎는 노인을 자초한 하루키, 역시 갓 하루키

 


 

1Q84를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루키가 어떤 문체를 가진 작가인지 모르는 데다 갑작스러운 차원 이동으로 더욱 혼란스러웠던 몇 년 전. 최근의 하루키 소설은 순간 전환이 굉장히 스무시했는데, 이 책은 위에 말했듯이 예전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 판타지에 적응하는 순간 나는 시간을 표류하는 차원이동자가 된다.

 

책을 한 1/2로 축약해도 충분히 의미는 전달됐을 듯 하다. 어린 시절 처음 만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설렘의 감정과 그녀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까지 무채색의 시간들은 조금은 덜 비유적이어도 충분히 전달됐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소설 속 주인공의 시간은 결국은 흐른다. 도시 속 불확실한 그 벽들에 갇힌 그림자는 강제적으로 그 세상 밖으로 추방되고, 새로운 세상에서 주인공은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약간의 부족함을 가진 그녀와 새로운 감정의 관계를 맺으며 마침내 이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우리는,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고 싶어하지만, 내면적 결핍이던, 가족간의 관계이던,  프로이트가 설명하지 못하는 그 범위까지 모두들 각자만의 결핍이 있다. 어릴 때는 그 결핍을 숨기거나, 혹은 내 결핍을 누군가가 알고 채워주길 바랐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정말 다행히 빠른 시간 내에 나는 나의 결핍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면 아쉽고, 궁금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다. 그 아쉽고, 궁금하고, 부끄러운 경험을 미래에도 지속하지 않기 위해 움직인다.

 

움직임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신체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들, 심리적 자발성이 없는 이상 그건 너무 큰 노역이다. 내 마음대로의 소설 해석에 따르면 작가는 그 심리적 마음의 문을 여는데 몇 십년이 걸렸다. 주인공에 비하면 심리적, 신체적 자발성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요즘의 나는 럭키이다. 

 

시간이 소요될 지라도 마음의 문은 언젠가 열리기 나름이다. 도시 속 불확실한 우리들 마음도, 언젠가는 조각이 맞춰지기 나름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견뎌내고, 수용할 수 있기를.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타이밍을 가진 사람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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