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증폭장치같다. 외로움 증폭장치, 공허감 증폭장치. 근데도 책을 덮지 않는 건 내가 평소 꽁꽁 감쳐놓았던 감정들을 책과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걸까.
8년 동안 연애를 하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같이살고 있던 집을 나오며 헤어지자고 한다.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 남자친구에게 익숙해진 시간을 지우기도 전에 이별의 원인이 된 남자친구의 짝사랑녀가 주인공의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된다. 갈 곳 없는 이 짝사랑녀를 내친다면 전 남자친구가 마음아파할 걸 알기에 그를 위해 주인공은 그녀와 함께 살기로 한다.
음.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는 왜 이렇게 복잡한 지. 그리고 꼭 주인공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타인과 다름없는 애인의 애인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꼭 그렇게 하면서까지 한 사람을 옆에두고 싶을까. 내가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눈빛에 매일 더 스스로가 작아지고 외로울 텐데. 이 작가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혼자가 되는 게 매일 박탈감을 느끼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일까.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주인공의 미련한 행동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애처롭게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은 내 기억속에, 혹은 현재 관계들에사 느꼈던 비슷한 감정들을 상기시켰다. 주로 불편한 생각들은 정리하기보다는 박스 안에 구겨넣어 터질 때까지 무시하는 나에게는 그래서 더 증폭장치 같았던 책이다.
슬플 때 슬픈 영화를 찾는 것처럼, 나도 관계에서 공허할 때 이 작가의 책을 펴 아무 페이지나 읽을 것 같다. 대리만족이 아닌 대리 궁상...이려나...
이 책을 읽으면서 듣기 좋은 노래들을 몇 개 적어본다.
1. 버스커버스커 - 외로움 증폭장치
https://youtu.be/gwhFvXF-6t8
2. 10cm - 가진 다는 말은 좀 그렇지
https://youtu.be/TUo_XGiPmvI
3. 폴킴 - 오늘 밤
https://youtu.be/B2rYVs4YPhM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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