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얘기할 때, 이유가 붙는 사람은 몇 없는데 이 형은 늘 붙었다. 그 의도가 장난스럽든, 혹은 그렇지 않든.
13년 정도 이 질문을 듣다보니 질문을 하는 사람의 의도가 파악이 됐다. 이기고 싶어서 던지는 질문인지 아니면 정말 이센스에 대해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인지. 정말 웃긴 건, 질문자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나의 답은 같다.
'이센스라서 좋아하는데, 음악을 들어보기는 했니?'
한 번 빠지면 깊게 빠지는 내 성격을 자각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간헐적으로 나오는 그의 앨범을 사긴 했지만 습관이었다. 이센스 앨범이 나오니까 산다 느낌으로.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번은 왜 다를까 하고 생각해봤을 때, 구체화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오랜만이고, 또 예전 앨범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서인 듯.
나는 고 2때 이센스를 만났고, 쌈디랑 같은 활동했던 시기에도 나는 쌈디보다 이센스를 훨씬 좋아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날 것 이면에 숨겨진 순수함'이었다. 블랙넛의 가사만큼 날것이지만, 무례하지 않은, 가볍지 않은 당신의 고민들이 담긴 가사는 나의 위로이고 행복이었다.
하지만 'The Anecdote'부터 최근까지 그의 앨범은 음. 미안하다. 지속적으로 듣기는 힘들었다. 감정 전이가 너무 빠른 나로서는, 전주부터 느껴지는 어두운 분위기가 버겁기도 했었다.(미안해 형아. 형아의 인생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얘기해서.)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3년이 지난 오늘. 곧 나올 앨범을 기다리며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듣고 싶었다. 센스형을 좋아했던 그 무드를 다시 가져오고 싶었나보다.
오늘은 형아의 노래를 듣기에 가장 베스트 조건이었다. 아침에 행복하게 러닝을 하고 와서, 준비하던 것들을 오전 내 마무리했다. 하루의 죄책감이 없는 오늘. 오랜만에 부담감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들은 그의 가사들은, 내가 그를 좋아했던 이유를 상기시켜줬다.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
어쩜 이렇게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다듬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당신의 공연을 진심으로 기다려진다. 내가 느끼는 게 형아가 표현하고 싶은 얘기랑 다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형이 하고싶은 말을 이해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말들이 나의 지금과 맞던 혹은 맞지 않아도, 나와 같지 않은 당신의 지금을 응원한다.
정확히는 당신의 방향성을 응원한다.
쉽게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을 만들어가는 당신은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야.
얼른 보고싶다 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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