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 때문에 미처 몰랐던
이태원 참사 1주기가 어제였다.
새벽에 사이렌 소리에 잠깐 눈을 떴고,
여러번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뭐야. 하고 일어나서 전화를 받고
놀란 마음에 친구들의 단톡방을 봤을 때,
아직 필터되지 않은 현장 그대로의 사진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태원에 자주가진 않지만
집에서 가깝고, 좋아하는 동네였어서 더더욱.
내가 새벽에 텍시 잡으면서 허허 웃던 곳에
시체가 쌓여있는 모습을 봤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여러 공방이 오갔지만
결론적으로 누구 하나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고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러 어느새 2023년이다.
산책할 때 지나가던 녹사평 역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는 사라졌을 거고,
500이상의 인스타 친구가 있는 내 피드에
단 한 사람도 참사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쉽게 잊혀진 하루일 거다.
하지만 유가족에게는 절대 잊지 못할 하루겠지.
그날 새벽 3시
아빠가 다급하게 전화했던 목소리를 기억한다.
다행이다. 라고 말하던 목소리.
다행이다. 라고 말하던 친구의 목소리.
이 말을 자기 가족에게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그래서 한 동안 이태원을 지나가는 출근길에
바로 보이는 분향소를 쳐다보지 못했다.
내 가족과 친구가 한 시름 놓던
잠결에 들었어도 또렷이 기억나는 그 목소리 때문에.
안타깝게 고인이 된 모두가
있을 지 모르겠는 저승에서는 편안하길 빈다.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이 무탈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