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1. 책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만화

센슬리 2023. 4. 9. 10:00
출처: 다나와

 

"지금 네 자신이 가진 그 보잘것 없는 자아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싸움터로 내보내라. 네 안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그렇게 계속 새롭고, 또 다른 너를 만들어 가라.

 
네팔 여행 전까지 '왜 살아야 할까.'가 큰 고민이었다. 삶을 인위적으로 끝맺을 생각은 없었지만... 여행도 많이 하고, 별 일도 다 겪어봤고. 이미 경험한 건 많고,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다. '더이상 인생에서 재미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 네팔을 다녀온 후 이 인생에 대한 무기력증은 옅어졌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주로 심리학과 뇌과학 책을 읽는데 그 때마다 '니체'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삶의 의지'가 삶에 대한 의문에 해결책을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 그의 가장 유명한 책을 빌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만화로. 3월 내 루틴을 만들면서 느낀 게 있다. '쉬운 것부터 천천히. 급발진 하면 금방 지친다.' 분명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체의 책 때문에 '니체'에 대한 거부감부터 갖고싶지 않아 만화책으로 빌렸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삶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기로 했다. 



니체는 말했다.
 
1. '삶은 투쟁'이다. 삶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고통과 추함도 삶의 일부이다. 그것을 피한다면 우리는 삶을 회피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회피는 삶의 주체성을 잃게 만든다.
- 지난 5년 간의 회사생활에서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했던 침묵들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 지 생각했다. 난 너무 무능력했다. 문제에 압도됐을 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해야할 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동안의 데이터 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부딪힐 필요는 없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는 부딪혀보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봐야 나에게 맞는 해결책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2.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하는 상태'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며, 외부와 내부의 작용으로 매 순간 변한다.
- 인간의 본성 상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많은 힘을 얻고, 강해지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와 동시에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관성도 당연한 거다. 우리는 그 작용과 반작용 사이에서 의지를 내 선택을 하고 행동해 또 다른 상태를 만들 뿐이다. 신의 뜻으로 정해진 것도, 운명으로 정해진 것도 없다. 이상세계도 없다. 도덕과 선 역시 사회에서 만든 것일 뿐, 나의 가치가 아니다. 
 
3.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중 하나는 '용기'다. 끊임없이 주체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면서 '창조자'로 살아가라고.
-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無'와 같은 세계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건 '주체적인 의지'를 내는 용기이다. 옳고 그름, 선과 악 등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매일 투쟁을 하며 나만의 기준과 법칙을 만들어야 한다. 즉, 내 '주관'을 가져야 한다. 
 
4. 남은 두가지 중 하나는 '웃음'이다. 삶을 긍정하고, 자기자신을 긍정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 결국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고, 세상을 투쟁하면서 살아야한다는 말에 긍정을 하면서도 갑자기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이 책으로 동기부여를 받아 열심히 지켰던 루틴도 얼마 전에는 무겁게 느껴지더라. 그 이유가 뭐였을까. 흔히 말하는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던 것이다. 내가 루틴을 만들었던 건, 더 건강하게 세상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서였는데 어느 순간 루틴을 지켜야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 순간부터 루틴들이  '해야할 일', '견뎌야할 일'이 되었고, 나는 그 'to do list'들에 압도되곤 했었다. 잊지 말자. 내가 무엇을 위해 이 루틴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불과 한달 전보다 내가 얼마나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지. 



나에게만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은 힘들다. '원죄'와 '과거의 잘못' 등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생은 원래 힘들다'라는 걸 명제로 들으니 '삶의 무게'라고 느꼈던 것들이 가벼워졌다. '앞으로 재미없는 인생이 펼쳐져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건 내 몫이 아닐까. 결국은 내 선택의 문제겠지.'라고 생각하니 좀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한 안그런 척 해도 선과 악, 도덕과 비도덕, 이성과 감성 등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발견했다. '현재를 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과거에 갇혀있는 나 역시도. 다양성을 얘기하면서도 흑과 백으로 세상을 분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좀 더 스펙트럼을 넓게 세상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빠르게 사람을 분별했던 것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데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책이든 사람이든 그에 맞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완전히 무너져보고, 네팔에서 '수용하기'를 삶의 목표로 한 달을 살아본 후 이 책을 만난 건 너무 좋은 타이밍이었다. 뻔한 말이라 넘기지 않고 소화할 수 있었으니. 마치 한 챕터를 끝내고 다음 스테이지 가기 전 공략집을 미리 받은 듯한 느낌이다.
 
내 친구 중 하나는 매일의 삶이 여행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멘탈 갑에 무한 긍정인 친구라 가능한 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니체 기준 용기있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친구였다. 어떤 상황도 마주하고 이겨나갈 용기가 있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생각하니 여행할 때였다. 그 때만큼은 매일 보는 일출, 일몰도 아름답고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이 추억이었다.

그래서 나도 매일을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여행지에서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며 맥주 한 캔 마시면 마음이 충만해지지 않나. 언젠가 지나갈 것에 아쉬워하지 않고 지금 이 하루들을 사랑해야지.

내일은 또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세계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하루들을 온전히 살기 위해 삶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여행하듯이. 어차피 뭐 굶어죽을 팔자는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