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행/1. 네팔

(네팔/치트완) 운명의 친구들을 만난 치트완으로!

센슬리 2023. 2. 6. 17:01

*오늘의 여정
- Off to Chitwan!

 

Summary

1. 오늘의 여정
- 카트만두 > 치트완 이동(8시간^^)
- Chitwan Breeding Center
- Chitwan 밀림숲 투어
2. 오늘의 생각
- 토가 자유로운(?) 네팔 버스
- 과연 나의 치트완 여행은 사기가 아닐 것인가
- 카트만두부터 시작된 우리의 인연, 이정도면 필연인 네팔 가족들을 만나다
-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현실판 인물을 만나다

 
05:30AM.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창문 넘어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까맣다.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처음보는 까만 하늘. 어제 짐을 싸놓긴 했지만 여행 짐이란 방 문을 나설 때까지 싸는 것. 06:30 AM 새벽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뭉그적 거리고 싶은 마음을 접고 몸을 움직였다.
 
어제 저녁 Prakash가 알려준 터미널은 호텔에서 차로 15분 거리. 짐을 싸고 6시 쯤 호텔 로비로 내려와 Saugat과 작별인사를 했다. Saugat이 어떤 버스를 타냐길래 내 버스티켓을 보여줬고, 그는 갑자기 서둘러야 된다며 나를 재촉했다. 읭? 하며 Prakash가 보여준 버스정류장을 보여줬는데 Saugat이 아는 곳과 다르다?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했던 아침부터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발 동동 구르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Prakash에게 다시 전화했다. 다행히 Saugat이 잘못 안 것. 아침 소동에 서로 한바탕 웃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악수를 했다. Pathao로 잡은 텍시를 타고 'Capital Beautique Hotel'를 뒤로 한 채 Tourist Bus Stop으로 향했다.
 
 

투어리스트 버스 정류장 지도

 
투어리스트 버스 정류장은 타멜 시내 윗 편. 여기도 역시 다른 버스 정류장과 같이 특별한 표지판은 없다. 락나파크 버스정류장처럼 버스들이 길게 늘어서 있을 뿐. 다만, 락나파크의 버스들보다 버스가 크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도착하니 텍시기사가 내 버스티켓을 달라고 한다. 그리곤 버스 아래 서있는 사람들에게 내 버스티켓을 보여주며 내 버스를 찾는다. 버스 티켓에 분명히 버스 번호가 써있지만, 네팔은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다른 숫자 표기법을 가진 듯 전혀 숫자들을 알아볼 수 없다. 돈만 봐도 1인지 5인지 구분이 잘 안되서 한 동안 계산할 때 시간이 걸리곤 했었지. 
 

Prakash가 Luxurious Bus라고 한참을 얘기한 Swift Holiday Bus
Swift Holiday Bus 내부

 
내가 탄 버스는 'Swift Holiday' 버스였다. 예전 이집트와 미얀마에서 버스로 호되게 당한 이후, 장거리 여행 시 버스의 중요성을 몸소 알기 때문에 패키지 예약할 때 최고 등급의 버스를 달라고 얘기했었다. 그 때마다 Prakash는 'The Luxurious Bus'라며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는데, 버스 내부를 보고 1차 당황. 하지만 몇일 전, 네팔 시내버스 보다는 훨씬 나은 컨디션에 '네팔은 아직 좋은 버스가 없구나...'라며 납득하며 앉았다. 최소한 문 앞자리에 앉아서 앞좌석과의 간격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으니.
 
06:30AM이 조금 지나자 버스가 출발했다. 출발할 떄 나와 나이든 모녀 2분이 전부라 '오 널널하게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고속도로를 타기 전까지 한 10번은 섰다. 매번 탈 때마다 느끼지만 네팔 버스 정류장 시스템에 대해 매우 의문이다. Tourist Bus Stop은 최소한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는데, 그 외 구글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버스 정류장에는 어떻게 서는 걸까? 일단 사람이 서있으면 서는 듯한... 인류애 넘치는 네팔의 정류장.
 
널널했던 버스는 그렇게 꽉 찼고, 한 어린 친구는 자리가 없어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거꾸로 앉아서 가게 됐다. 네팔의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달랐다. 톨게이트도 없었고, 그렇기에 요금을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그만큼 도로도 없었다. (?)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 도로거나 공사중으로 '시원-하게 달리는' 게 아닌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힘겹게 갔다. 멀미약을 먹고, 빈속이었음에도 불구 속이 울렁거렸는데 사람들은 어찌나 아무렇지도 않은 지. '역시 네팔인들은 강하다' 하는 순간, 거꾸로 앉아있던 한 어린 친구가 빨간 봉투를 꺼내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토를 했다. ??????? 입 벌리고 놀란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그려려니. 그리고 토한 어린 친구도 한바탕 게워낸 입을 스윽- 닦고는 봉투를 묶어 창밖으로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팔인들이 강한 게 아니다.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멀미하는 건 모두가 똑같다. 다만, 멀미만큼 차 안에서 토를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일 뿐. 
 
컬쳐쇼크와 함께 울렁이는 속에 '아-잠깐 멈추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15 minute off'라고 조수가 외쳤다. 옆을 보니 휴게소 같았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내렸다. 휴게소는 레스토랑, 슈퍼, 화장실, 커피가게 로 단촐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네팔의 휴게소
휴게소에서 파는 간단한 조식 메뉴
귀여운 상점 아주머니
커피머신이 있는 고급 케풰

 
배가 고프긴 했지만 멀미가 더 무서웠던 나는 캐풰에서 네팔 전통 티인 '마셀라티'(밀크티+계피) 한 잔 시켜서 버스로 복귀. 그리고 한 두 시간 후 도착한 또 다른 휴게소에서는 간단한 감자칩 하나를 샀다. (휴게소 음식을 못먹어서 아쉬웠는데,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올 때 들려서 아래 호수 뷰로 점심 맛나게 먹음^^!) 
 

첫 번째보다 규모가 커진 두 번째 휴게소
규모가 커진 만큼 음식도 깔끔해짐
휴게소 뷰

 
덜컹덜컹. 멀미도 익숙해지고, 넷플릭스에 다운받은 '엘리스 인 보더랜드'도 다 봤다. 시계를 보니 카트만두를 떠난 지 7시간 쯤 지났다. 이제는 엉덩이도 슬슬 아파와서 구글 지도를 켜니 어느새 치트완. 네팔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라 대도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시골이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넓은 밭을 조금 지나니 버스 조수가 'Last stop. Chitwan Bus Stop'이라고 외친다. 
 
이제는 입에 달고 사는 '아이구'라는 소리와 함께 내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Prakash가 버스정류장에서 내 이름을 든 사람이 픽업을 올 거라고 얘기했기 때문. 이리저리 둘러보니 내 이름은 없고, 대신 내가 머물 호텔 피켓을 든 사람이 보인다. 'Hotel Parkland' 
 
픽업보이와 신나게 인사하고 그를 따라가보니 내 생각과 다른 픽업 차량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정확히는 픽업 지프 트럭.
 

Hotel Parkland 픽업차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때 당시의 나는 네팔을 아직 모를 때라, 버스와 호텔 픽업차량을 보며 '아, 네팔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한 달간 머물면서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탄 버스가 'The Luxurious Bus'가 아니었고, 그냥 저 호텔의 픽업차량이 저거라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픽업차량을 타긴 탔지만, 괜히 사기 맞은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이 패키지 상품에 의심을 가득 품고 호텔로 향했다.
 

지프차 바람맞으니 기분은 좋음

 

★★★ Hotel Parkland, Sauraha, Nepal

Located just 500 metres from the famous Chitwan National Park and 1 km from Rapti River, Hotel Parkland offers comfortable accommodation in Sauraha.

www.booking.com

 
내가 머문 호텔은 'Hotel Parkland'. 지난 번 포스팅에 썼던 것처럼 내가 견적 받았던 패키지 투어의 숙소 중 가장 좋은 별점을 가진 곳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로비에 가니 네팔 전통모자를 쓴 직원이 웰컴티를 건네줬다. 그리고 방 배정과 이후의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객실은 2F의 방갈로에 트윈베드가 있는 형태였다. 다만, 건물이 많이 낡았다. 왠만하면 그냥 참고 지냈을 테지만, 치트완에 도착한 순간부터 '사기 당했다'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방 문도 제대로 안닫히는 룸 컨디션을 보고 화가 불타올랐다. 하지만 이 떄까지만 해도 영어 입이 트이기 전이라 머리 속으로 여러번 시뮬레이션 돌리고 가 방을 교체했다. 나중에 호텔 사장이랑 술 마시면서 들은 얘기인데, 내가 머물던 제일 오른쪽에 있던 룸들이 가장 처음에 생겼던 룸들로 가장 오래된 곳들이었다. 그리고 방 배정을 하는 걸 보면, 자물쇠로 되어있는 오래된 룸은 외국인들에게, 자동문 키로 여는 최신식 룸은 네팔인들에게 배정해주더라^^. 역시 네팔은 관광지 요금도 그렇고 외국인 할증이 많은 나라였다~
 
뭐 어찌 되었든, 내가 원하는 대로 최신식 룸으로 바꿨으니 기분은 한 결 나아졌다. 간단히 짐 풀고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점심 안먹었으면 밥 먹으러 오라고 한다. All Inclusive라 식사가 포함되었기 떄문. 멀미도 한층 나아져 밥을 먹으러 나갔다.
 

닭다리 점심과 누들푸딩

 
밥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기도 했지만, 저 닭다리 소스가 맛있어서 밥 비벼먹기 아주 좋았다. 다만, 디저트로 준 누들 푸딩은... 우유에 소면을 말아서 푸딩이라고 하며 줬는데... 내 옆에서 'Is it good?'이라고 물어보는 직원을 위해 다 먹고자 했지만 도저히 내 입에 안맞아서 패스. 하지만 '사기 당한 것 같아' 라는 느낌은 희미하게 지워주는 맛있는 한 상이었다.
 
밥 먹고 휴식 후, 치트완에서의 첫 일정을 위해 5시까지 로비에 갔다. 로비에는 이미 사람들이 있었따.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 2명, 여자 1명. 그들의 이름은 차례대로 Nile, Daniel 그리고 Nina였다. 우리의 첫 인사는 약간의 낯가림과 함께였지만, 이들은 내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함께했던 나의 네팔 가족이 됐다. 이들과의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자세히.
 

Mis agmigos mejores in Nepal

 
서로의 통성명 이후, 우리의 가이드 'Babu'와 함께 간 곳은 Chitwan Breeding Center였다. 이곳은 우리나라 야생동물 양육센터처럼 보호동물들의 개체수 보전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이고, 여기는 주로 코뿔소와 코끼리의 새끼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양육 환경은 다른 Breeding Center와는 달랐다.
 

일을 하고 돌아오는 코끼리들

 
Breeding Center의 목적에 맞게 개체수 보존을 위한 곳으로, 이 곳의 코끼리들은 주로 암컷이다. 다만, 강압적인 환경은 아니다. 이곳의 코끼리들은 아침/낮 시간은 밀림에서 자유시간이나 본인의 먹이를 구해오는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센터에서 잠을 잔다. 비록 센터 안에서는 발이 체인에 묶여있기는 하지만... 나름 수의사도 붙이고, 영양사도 붙여 코끼리들을 관리한다고 한다.
 
교배도 인위적이기 보다는 이 센터를 방문(?)하는 야생 수컷 코끼리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이 구역은 다니엘이었나. 특정 코끼리가 점령한 구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이 그 코끼리의 자식들. 여기서 낳은 아기 코끼리들은 수컷의 경우, 일정 기간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암컷의 경우, 이 센터에서 계속 기른다고 한다.
 
진정한 야생으로 복귀가 아니기에 너무 인위적이고, 한 편으로는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네팔인들의 삶이기에... 내가 가진 감정 외 가치판단은 하지 않고 가이드 'Babu'의 얘기를 들으며 센터를 구경했다.
 

집에 돌아와 체인에 묶여있는 코끼리

 
그 떄 갑자기 'Babu'가 'Oh, Rino!'라고 외쳐 그의 목소리를 따라 뒤를 돌았다. 그 때 눈 앞에 보인 코뿔소. 
 

생각보다 작은 코의 코뿔소

 
코뿔소다!!!!!!!!!!!!!!!!!!!!!!!!!! 난생 처음 보는 코뿔소였다. 아직 아기라고 하지만 덩치가 꽤 컸다. 길이만 따지면 한 2m 될 듯? 갑옷처럼 단단해보이는 피부를 만지고 싶었으나, 가이드 'Babu'는 No라고 했다. 아직 아기 코뿔소지만 그래도 코뿔소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코끼리와 달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코뿔소는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우리도 사진 찍기 위해 그 발걸음을 따라 이리저리 따라다니 마치 코뿔소와 숨바꼭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코뿔소와 한 컷

 
그리고 'Babu'가 건져준 인생 컷. 코뿔소와 찰칵. 사진으로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그들의 덩치가. 원근법이 적용됐음에도 불구, 크기는 크다. 코뿔소가 달려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뒤돌아보는 현장의 생생함이 담긴 컷^^.
 
그렇게 호다닥 사진을 찍고 Breeding Center를 떠나 국립공원 안쪽을 가보기로 한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Babu'는 주의사항을 얘기한다.
 
'밀림 안쪽에는 야생 동물들이 많다. 코뿔소의 경우 시력이 안좋지만 밝은 빛에는 반응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밝은 옷은 안으로, 어두운 옷을 밖으로 입어라.' 
 
겉옷으로 흰색 후리스를 들고온 후리스 대신 배낭에서 카키색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이제 진짜로 Into the Wild.
 

밀림의 노을

 
Babu를 필두로 한 줄로 나란히 국립공원 속으로 걸어가니 마치 탐험대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왼쪽에는 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밀림숲과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가 걸어가는 초원은 노을 빛에 서서히 파스텔 톤으로 스며들어 무섭기보다는 포근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가이드 Babu는 아는 게 많았다. 숲에서 새 소리가 날 때마다 새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새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뭇가지밖에 안보였는데. 같이 간 호주 친구들은 엄청 좋아했다. 환경보전기구에서 일하는 Nile과 Nile의 영향으로 자연 환경에 관심이 많은 Daniel은 Babu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망원경을 꺼내며 'Wow'라는 감탄사와 함께 끊임없이 질문했다. 나와 Nina는 처음엔 열심히 따라가려고 애썼지만 보이지도 않고, 모두 똑같이 보여 포기한 순간 서로 눈이 마주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를 알아채고 Nile과 Daniel이 그들의 망원경을 빌려줬지만, 새가 있는 곳으로 망원경을 들이댄 순간 새가 날아가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함께 한 친구들이 새 한마리에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나며 진짜 탐험을 하는 느낌이 나 좋았다.
 
비록 새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소음과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카트만두를 떠나 자연 그대로의 밀림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특히, 지는 해를 배경으로 강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코뿔소를 볼 때는 더더욱.   
 

야생 코뿔소(오른쪽 가운데)
가운데 나뭇가지 같은 것이 바로 악어

 
한 한시간 쯤 걷고 도착한 밀림 숲의 끝. 강에 비치는 노을을 보고 있을 때, Babu가 강 반대편을 가르키며 'Crocodilia'라고 했다. 어리둥절 '어디어디?'하고 해매고 있으니 Nile이 망원경을 주며 한 쪽을 가르켰고, 긴 나뭇가지처럼 보인 것이 바로 악어였다! 웅장하고 위협적인 모습의 악어를 기대했는데 멀리서 봐서인지 나뭇가지 같은 모습을 보니 하찮고 귀여웠다. 
 
사실 아무생각없이 시간보내기 용으로 치트완에 왔는데 첫 날에 코끼리, 코뿔소 심지어 악어까지봐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자연 속을 모험하는 탐험가의 느낌도 났고. 그렇게 두시간 정도의 도보 투어 후, 호텔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했다. 
 

1st night Dinner

 
저녁은 치킨 커리를 겻들인 달밧이었다. 끼니마다 감자튀김이 나오는 것도 귀엽 ㅋㅋㅋ. 혼자 먹었던 점심과는 달리, 저녁은 같이 모험을 떠났던 Nina와 같이 먹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그녀는 28살. 최근 퇴사를 하고 세계 여행 중인데, 네팔이 첫 국가라고 한다. 
 
동유럽 사람의 약간의 쎈 악센트는 있지만 영어를 잘하고, 웃는 게 예뻐 그녀와 얘기하는 게 즐거웠다. 한참 얘기하다가 코를 훌쩍이는 그녀에게 '어쩌다 감기 걸렸는지'라고 물어봤더니, 카트만두에서 묵었던 호텔이 너무 추웠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너 혹시 Elbrus Home'에서 묵었었니? 라고 물어보니 OMG! 맞았다. 
 
너무 놀라서 서로 오마이갓만 외치며 날짜를 추적해보니, 내가 추위를 못견디고 떠난 다음날 왔다고 한다. 나는 거기서 너무 추워서 전기난로까지 받았는데, 밤새 자면서 터질 것 같아 무서웠다고 하니 전기난로가 있었냐고 되묻는 그녀. 내가 환불해달라고 해서 받았다고 하니 그녀는 '아 내가 컴플레인을 덜했네'라며 아쉬워했다. 추워하는 내가 마치 이상한 사람인 양, 그리고 네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추운데서 자는 것 마냥 얘기했었는데 나만 추운게 아니었어!!!!!!!!!!!!!!!!!!!
 
아직 나이가 어렸던 Nina는 심하게 컴플레인을 하지 못하고 그 곳에서 3일을 더 있다가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서로 이 호텔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 지 모른다며, 그곳을 한참 뒷담화하다가 급 친해졌다. 전우애라고 할까. 한참을 얘기하고 있으니 다가온 Nile 과 Daniel. 그들에게 우리가 카트만두에서 같은 숙소에서 엄청 추워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들이 묵었던 숙소도 엄청 추웠다고 한다. Nina랑 나는 서로 눈이 마주치며 '설마'하는 마음에 '혹시 Elbrus Home?'을 다시 한 번 주문처럼 물었고, 그들의 대답은 'OMG YESSSSSSSSSSSSSSSSSSSSSSSSSSSS'
 
이런 우연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모두 Elbrus Home에서 머물렀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로 호들갑 떨면서 식당 떠나가라 OMG를 외치던 우리는 몰랐다. 이 인연이 함께할 때마다 우리는 광란의 밤과 숙취를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처음 봤지만 같은 Elbrus Home에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급 가까워진 친구들과 신나게 저녁을 먹고, 나와 Nina는 방으로, Nile과 Daniel은 맥주 한 잔 더 하겠다며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도 맥주가 끌리긴 했지만, 아까 숙소 돌아오는 길에 산 맥주가 있어서 혼자 방으로 들어와서 그 맥주를 깠다.
 
갑자기 만난 인연에 혼자 웃으면서 맥주를 마시다가, 심심해져서 맥주 한 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Nile과 Daniel은 단 둘이 너무 진지한 얘기 중이라 끼진 못했다. 어디 낄 데 없나(주정뱅이 특징: 어디서든 잘 껴서 술먹음) 서성거리다가 로비 앞 마당에 모닥불이 켜져있어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그 때 다가온 한 아저씨. 뭐야 하고 쳐다보니 호텔 사장이란다.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와 비슷한 성격의 그는 호텔 짐꾼으로 시작해서 이 호텔을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 호텔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호텔을 증축하고 있었고, 올해 봄에는 뒷 편에 두 동을 더 짓는다고 한다. 마음 먹은 건 뭐든지 해내는 진취적이고, 한편으로 마초적인 삶을 살아온 그의 얘기는 흥미진진했다. 지금은 안정적인 호텔을 운영하며 매일 저녁 손님들과 술 한 잔씩 하는 게 삶의 재미라는 그. 50을 훌쩍 넘긴 그의 눈을 모닥불이 비출 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렬한 삶의 에너지가 느껴지곤 했다.
 

 
에너제틱하고 재밌었지만, 진취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Flirting도 조르바와 비슷한 모습의 그^^. 더 있다가는 괜한 여지를 줄까 싶어 인사를 건네도 자리를 떴다. 
 
8시간의 긴 치트완 여정이었지만 그 긴 시간들이 잊혀질 만큼 자연도, 사람도 인상깊었던 치트완의 첫날. 오랜만에 내일이 기대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