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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8 / D-8

센슬리 2025. 3. 8. 22:33


1. 큰 일 전에는 왠만하면 뭐 하지 말자.
2. 느즈막히 일어난 아침, 요가소년의 목소리를 들으며 햇빛 아래서 요가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To-do list를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햇빛을 맞는 동안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3. 내려놓기의 중요성. 오늘 잠깐 본 웹툰에서 악귀에 홀린 여자가 최면을 벗어날 수 있던 방법은 내려놓기였다. 차준현 선수도 부상으로 2주간 스케이팅을 타지 않았다고 한다. 내 목표는 완주. 더 욕심부리지 말고 지금 내 상황에서 천천히, 최선을 다해 준비해보자.


1. 큰 일


오늘 레디샷을 찍고왔다. 3개월 전 동마 훈련 신청하고, 이 도전을 기록하고 싶어 대회 1주일 전 레디샷 촬영을 잡았다.

호기롭고 패기로웠던 3개월 전과 다른 오늘의 나는 촬영을 갈 지 말지 굉장히 망설였다. 겨울을 보내는 동안 살도 꽤 쪘고, 부상으로 걱정 가득한 불안핑이 되어버렸다.
부상의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다니는 와중에 촬영 준비도 해야하니 여간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더라. 메인 무대는 대회날인데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잘 먹어야되는 지금 왜 나는 식단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 와중에 이번주 화요일 친구가 공복에 먹으라고 챙겨준 에너지젤은 당류 그 자체라 아침, 점심, 저녁 운동을 해도 오히려 월요일보다 살이 쪘다. 체지방률도 2%가 올라갔다.
의도치 않았던 건 찌는 살 뿐만 아니라 옷도 포함이었다. 레디샷을 찍을 때 왠만하면 실제 대회 착장 그대로 입고자 했다. 그렇기에 훈련 프로그램 듣는 언더아머 의류 중 온라인에서 본 바지를 오프 매장에 사러갔는데 없더라. 할인쿠폰이 적용되는 다른 지점까지는 방문할 시간이 안되서, 결국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바지로 준비했다.

당일 조금이라도 몸의 지방을 덜어내겠다며 아침, 점심 복근운동에 팔운동까지 했다. 그리고 속눈썹 펌까지. 이미 촬영 전에 스케쥴을 3개나 소화했다. 그 와중에 몸 붓기 좀 더 빼겠다고 아침에 커피 1잔만 마시고 어떤 음료도 먹지 않았다.

아픈 몸 만큼 우당탕탕 시작된 촬영. 작가님과는 일전에 안면을 튼 사이라 가볍게 인사 후 시작. 처음에는 전형적인 스튜디오 포즈로 찍다 ‘나만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뒷모습 사진을 제안했다.
귀 뒤에 새겨진 지속가능함과 창의성을 뜻하는 불교 문양과 입은 옷 뒷면에 ‘my first marathon'이라는 글을 한 화면에 담고 싶었다.
부상으로 걱정이 많은 나지만, 꼭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담아서. 그리고 아프지 않고 무사히 대회를 끝내 지속가능하게 또 달릴 수 있길 바라며.

한 시간 가까이 수다 촬영 후, 집 오는 길에 딸기라떼와 녹차라떼 두 잔응 때려넣었다. 반나절의 갈증과 떨어진 당을 해결하며, 다시는 큰일 전에 어떤 일도 벌리지 않겠다 다짐 또 다짐.

2. 요가의 힘
나는 요가가 좋다. 타인과 경쟁없이 나의 상태를 체크하는 과정이기에. 특히나 가장 좋아하는 건 ’통증 부위에, 혹은 지금 운동의 자극 부위에 숨을 보내세요‘ 라는 말이다.
긴장하면 호흡이 짧아지는데, 긴장도 잘하는 성격이다. 즉 이유 관계없이 숨이 짧아져 목에서부터의 깔딱이는 숨을 매일 경험하는 편이다. 그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나는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처럼 들숨보다는 날숨에 신경을 더 많이 쓰던 나에게 들숨을 여유가 없는 부위에 보내라는 말이 색다르게 와닿았다.
명확하게 이해는 안되지만 해보려고 노력 중인데, 통증 부위에 숨을 넣는다는 상상을 하면 왠지 몸이 느슨해진다.  나같은 경우 오른쪽 승모가 짧은데, 숨을 불어넣는다 생각하면 개구리처럼 붙어있는 손바닥이, 사람 손처럼 쫘악 펴지는 느낌이 일시적으로 든다. 그리고 몸 뿐만 아니라도 우리 마음도 이완되는 느낌이 든다.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말이지.

나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요즘아침,
땅끄부부 옆구리/복근 잘 풀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