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슬리 2024. 12. 11. 01:24

 
어느덧 12월이 벌써 11일이나 지났네.
 
한탄의 11월을 보내서 그런지
여럿 빡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2월은 평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연말 분위기도 한 몫 하겠지.
 
뒤늦은 11월 정산을 한다면,
나에게 11월은 마이너스, 부정의 감정이
가득했던 계절이었던 것 같다.
 
1. 
친한 친구와 겪었던 갈등 후
분명히 당사자 간 원만히 얘기하며 해결했다 생각했는데
본인에게 남은 자투리 감정을 키워내
나는 행동하지 않은 가해자가 되었다.
정말 어떤 움직임도 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무섭다고 말하는 존재가 됐었다.
 
내가 무서운 걸까.
본인이 얘기했던 것처럼
기대가 무너지는 게 무서운 걸까.
왜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나에게 투영한 건지.
 
그 친구를 위해 가장 위로받고 싶었던 친구들에게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굳이 알리지 않았는데.
혹여나 누군가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될까바 했던 배려가
결국은 나만 혼자가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2. 
외할아버지의 죽음은 뭐랄까
아직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내가 그분과 긴밀한 유대감은 없었어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 산송장의 모습,
화장하는 그 순간까지죽음의 전 과정을 처음 보는 거라
그 여운이 굉장히 오래 남았다.
 
지금도 문득 내가 즐거울 때마다
내가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장례를 치루면서 진짜 제발 그만왔으면
싶은 아빠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3일을 제대로 잠도 못잤던 그 상황의 피로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도와준 분들을 챙겨야하니
내가 가장 슬퍼할 수 없다는 그 안타까운 현실의 감정이
아직도 가슴 속 깊숙이 남겨져 있기도 하다.
 
3. 
이건 진짜 쌍 ㅅ 소리가 나올 만한 일이었다.
분명히 행사 개최일자를 말했고,
미확정인 부분을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들의 잘못된 상황 이해로
중간에 문의를 하고,
내용을 전달했던 내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했었다.
 
이 와중에 중간자 역할도 못하면서
가오만 세우는 그 쪽은 진짜.
법률적, 경제적 책임에 대해
은연중에 얘기했던 업체보다 더 큰 미움의 대상이다.
 
건실한 기업의 종사자일지라도
그 사람의 마음 상태와 업무 태도는
건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부자라서 부동산에만 관심있다면
이렇게 현업이슈가 많은 부서의 팀장을 하질 말던가.
 
행사 대행사들을 상대하면서 말뿐인 상대들을 많이 만나
메일에 공식적으로 기록을 남겨놨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이 기록이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걸
체험한 순간이었다.
사기업도 대행 업무를 기간을 두고,
연임을 못하게 두는데 하.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제도가 만든 게 아닐까.
 
아무튼 해결해서 다행이다.
 
4. 
내가 상대를 좋아한다고 해서
굳이 상대의 부정적인 면까지 참아줄 필요는 없다.
그게 오히려 더 건강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 뿐.

5. 
뭐 아무튼 지금까지는 지난 시간에 대한 푸념이었고
그냥 요즘은 감사하다.
이 감사한 시절이 얼마 가지 않기 때문에,
아마 길어봤자 2주?
충분히 이 여유를 즐길 것이다.
 
나에게 여유를 즐기는 방법은 물론 러닝이겠지만^^
 
다치지 않고 꾸준히, 오래 뛰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편안한 관계에서 함께하는 
행복한 미래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기록하며.
 
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