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4

새로운 러닝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쓸 때 달리는 이유에 대해 적는 항목이 있었다. 그럴 듯한 말을 쓰고 싶어 고민을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이틀 동안 깊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결론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이다. 술러버이기에 반드시 병행해야하는 유산소. 두 번째 이유는 러닝 문화 때문이다.
러닝 문화가 뭐냐. 라고 물어본다면 ‘넓은 연대’요. 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뛰지만 포괄적인 공통점은 아마 ‘도전‘이라는 키워드라 생각한다. 더 빨라지기 위해, 더 오래 달리기 위해, 살을 빼기 위해 등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을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러닝 크루에 모인다.
각자 만의 레이스이기에 누구도 쉽게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나와 같이 노력하는 누군가를 위해 대가없는 순수한 응원을 보낸다. 이런 건강한 마음들이 파동처럼 퍼져나가 러닝 문화의 기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건 없는 응원, 함께 도전한다는 연대감.
오늘 매주 일요일 아침에 뛰는 크루에서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았다. 알록달록한 비즈들로 크루명이 새겨진 팔찌였다. 정회원이 되기 위해 고생해서 나온 신입들을 위한 마음에 전해준 선물이라고 했다. 그 선물을 받고 이 ’넓은 연대‘라는 문화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노력을 알아봐주고, 걱정해주고, 때로는 응원해주는 이 연대가 너무 좋다.
침착맨 결혼식 축사에 이런 말이 있다. 결혼생활이라는 건 무플인 서로에게 댓글을 다는 것, 평소와 다른 상대에게 갸우뚱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애정의 기반은 아주 작은 관심이다. 정회원이 되는 것, 그 상대가 나오는 날을 기억해 선물해주는 것, 여행에서의 기쁨을 작은 선물로 함께 나누는 것 등.
말이 길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러닝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적당한 거리감과 관심으로 각자의 도전에 조건없는 응원을 보내는 이 넓은 연대가 좋기 때문이다. 매번 여러 방면으로 닮고 싶은 모습들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