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전통주 5종 시음회/ T-factory & 술담화
탁주부터 고량주까지
다양한 우리술을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
호록 전시에 대해 사전조사하던 중 홈페이지에서 무료 테이스팅 클래스를 발견했다. 술 관련 전시를 하면서 각 주종 별로 스토리가 담긴 무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전통주도 있었다. 전통주 수업은 "전통주 큐레이터는 어떤 술을 마실까"를 주제로 하는 테이스팅 수업이었다. '전통주 산업 필드에 있는 사람은 술들을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까.'가 궁금해 신청했다.
수업은 주류 팝업이 열리는 곳이 아닌 2층 별도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미리 도착해 구경하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니 '술담화'에서 진행하는 워크샵이었다. 그러고보니 'Horok' 전시 리플렛 뒷면에 있는 술 소개 리스트 중 전통주 세션은 모두 '술담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T-Factory와 협력해서 진행하는 듯 하다.
참가자들은 각각 개별 번호가 있는 자리를 부여받았다. 책상에는 물과 컵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소주컵 4잔과 아까 1free drink를 주었던 시음컵 3잔. 오늘 마실 술이 7종류나 되나? 생각하고 앞에 봤더니 시음주들이 놓여있었다. 실온과 얼음 바스켓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바스켓에 있는 건 보지 못했다. 실온에 있는 거 보니 '문경바람'과 처음보는 술. 기대됐다.


원래보다 10분 정도 늦게 수업이 시작됐다. '술담화'의 전통주 큐레이터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두 파트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 세션은 '전통주'에 대한 소개. 전통주의 정의부터 분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소믈리에 공부를 했음에도 시간이 지나 헷갈렸던 부분이 꽤 있었는데 한 번씩 짚고 넘어가 좋았다. 전통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명확히 구분하고 설명해주어 더더욱 좋았을 듯 했다.

수업의 두 번째 파트는 시음이었다. 이 날 테이스팅한 술들은 5종류. 탁주 1종, 약주 1종, 와인 1종, 증류주 1종, 그리고 고량주 1종이었다. 이 중 마셔본 술은 나루생막걸리와 증류주 문경바람 2개. 나머지는 처음 마셔보는 술이었다.


전날의 숙취로 많이 마시지는 못했지만 간단하게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해봤다.
분류 | 도수 | 테이스팅 노트 |
나루생막걸리 | 6도 | *의견: 정말 내 최애 막걸리. *맛: 무료 시음한 가와지탁주는 끝에 쓴맛이 좀 있었는데, 나루는 끝맛까지 부드럽다. 특히 오늘은 우유의 밀키한 맛이 더 느껴졌다. |
제주오메기맑은술 | 16도 | *향: 산미가 있는 누룩향. 약간의 식초향? *맛: 감식초 만큼 새콤함. 끈적한 새콤한 맛. 어떻게 쌀로 만든 술에서 이런 식초맛이 나는 걸까. 산미있는 감칠맛이 입 마무리를 해주는 게 좋았다. *바디감: 따를 때보니까 바디감 있는 느낌. 약간 끈적. |
고도리 샤인머스 | 10.5도 | *향: 포도향이 너무 좋다. 청포도 마이구미 향. *맛: 달달하고 몽글몽글한 맛. 많이 달아서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기 좋을 듯. *바디감: 약간의 바디감. 2-3 정도? |
문경바람 | 25도 | *향: 물근 오크향 + 약 바닐라 향. *맛: 오크향이 있으나 묽은 느낌이다. 도수에 비해 부드러움 |
서울고량주 레드 | 35도 | *향: 향 너무 좋다. 고량주만의 파인애플향. 연태고량주보다도 향이 더 쎈거같다. *맛: 그러면서도 연태고량주보다 부드럽다. 고량주 마셨을 때의 알싸함이 거의 없다. |
이 날 임팩트 있었던 술은 두 가지. '제주오메기 맑은술'과 '서울고량주 레드'였다. 나루생막걸리야 올타임 레전드라 제외.
- '제주오메기맑은술'이 좋았던 이유는 그 특유의 새콤함과 끝맛의 깔끔함이었다. 다른 술들을 마시면 입 안에 술의 맛들이 은근히 남아있는데, 이 술은 전혀 그런게 없다. 술을 넘길 때 입 안을 깔끔하게 닦아주는 느낌이랄까. 물론 감식초 같은 맛도 좋았다.
- '서울고량주 레드'는 고량주 특유의 알싸한 맛이 없어서 좋았다. 연태고량주랑 도수가 비슷한데 어쩜 이렇게 맛이 부드러운지.
새로운 술을 발견한 기쁨으로 테이스팅을 끝낼 때쯤 '술담화' 박스를 주는 추첨을 했다. 아쉽게도 난 당첨되지 않았지만, 테이스팅 후 남은 술들을 2병이나 챙길 수 있어 행복했다. LUV 꽁술. 하하

수업은 깔끔했다. 전통주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술담화'에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전통주 고르는 법'까지 스무스하게 스토리텔링이 됐었다. 기존에 '술담화'를 알고 있었지만, '상황 별',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 등 카테고리를 분류해 큐레이션이 더욱 디테일해졌다는 말에 다시 방문해봐야지 하는 흥미가 생겼다.
테이스팅 술들도 좋았다. '술담화'라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판매 플랫폼에서 주최했기 때문인지 테이스팅한 술들이 너무 마이너하지 않으면서도 각각 개성이 있었다.
요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전시, 수업 등의 콘텐츠들이 많아졌다. 술은 마셔보고 경험해야 데이터가 쌓이기에 많은 콘텐츠는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단순 테이스팅 외에 전통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다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가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해줄.
전통주 소믈리에인 나도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소주=3000, 막걸리=1,000'이라는 가격 고정관념 때문에 술 주문하기를 머뭇거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술 종류가 너무 다양해 혹시나 가격 대비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와인의 맛은 대충 가늠할 수 있는데, 전통주는 다양한 재료 때문에 맛을 가늠할 수 없는 술들이 많기 때문이다.
- '소주'나 '맥주'처럼 기본값이 보장되면서 페어링을 고민할 필요없이 두루두루 어울리는 술은 뭐가 있을까.
-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개성있는 다양한 전통주들의 판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혼자 마실 때보다 생각의 지평이 넓어진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