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1. 책

(책) 넛지 - 리처드 세일러 & 캐스 선스타인

센슬리 2023. 6. 12. 15:16

 

 
넛지. 드디어 다 읽었다. 한 달이면 읽을 줄 알았는데 한달 반 정도 걸렸다. 책이 두껍기도 했지만, 책의 내용이 생각과 달라 읽는데 오래 걸렸다. '넛지' 역시 '신경 끄기의 기술'이나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같이 개인의 행동 변화를 목적으로 한 실용서일 줄 알았다. 하지만 위의 두 책과 달리 '넛지'는 정책을 만드는 의사결정자들을 주 타겟으로 해, 주요 사례들이 사회 정책들과 연구 결과들이었다. 낯선 나라들의 정책과 연구 결과로 된 수치들을 읽다가 잔 적이 한 열 번은 넘는 것 같다.😂
 
비록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으나, 읽을 만한 책이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믿고 싶은 인간의 선택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만 우리는 이미 구축된 우리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변화를 싫어하는 특성 상 타성에 의해 비합리적 선택을 하기도 하고, 특정 선택을 하도록 설계된 상황인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유도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인과관계를 놓치거나, 눈 앞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손실을 선택하는 등의 여러 인지 오류들을 저지른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인간의 비합리적인 사고 패턴을 텍스트로 읽다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며 약간 위로가 되기도 했다.  
 
'넛지'의 두 작가는 인간의 이런 사고과정을 활용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정책적인 설계를 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는 타성에 의해 선택을 하는 인간을 위해 개인들에게 더 이로운 ‘디폴트값’을 설정하는 것. 이 외에도 작가들은 선택의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의사 결정과정에 '넛지'들을 포함시켜, 최대한 개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이로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뭐, 물론 이게 좋은 방향으로 활용된다면야 너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주체적인 선택’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인 선호도부터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것들에 대한 판단까지, 내 생각의 많은 부분도 사회적으로 유도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 지.(당연히 많은 부분에서 그렇겠지) 나 역시나 설계된 선택 안에서 있다고 생각하니 영화 메트릭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것처럼, 무차별적 수용 전 머리 속 필터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반에는 인지체계에 대한 얘기가 많아 재밌었지만 뒤로 갈수록 주장에 대한 근거가 뇌피셜 반박이거나, 설득력 없는 수치의 자료들로 읽는 재미가 덜해졌다. 그래도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인 장기기증, 동성결혼 합법화 등의 정책에 대한 작가의 대안들을 따라읽는 자체 만으로도 새롭기도 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에 대한 포용력이 생기고(나 포함),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황을 좀 더 주체적으로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책.  
 
 


 
 

Bookmarks

 

 
*97p.
아무리 작은 넛지라도 단호하게 표현될 경우에는 집단의 평가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훈은,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에서 흔들림 없이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들은 집단과 관행들을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139p.
당연히 대개의 경우 그 답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며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지는 않다.
*381p.
그러나 미래에는 넛지 식의 대응 역시 정책조합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한다. 특히 규제자들은 사람들이 복잡성을 관리하고 유혹을 거부하며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되는 것을 피하도록 돕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