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4. 공부

(공부) 전통주소믈리에 합격후기/ 공부방법 :)

센슬리 2023. 6. 6. 10:53

 
*주 1일 6주간 사설교육기관 '애주살롱'에서 준비
(실기 포함, 시험 전 별도 특강 수강)
*수업 외 별도 공부시간 필요
(본인 기준 필기 1주일, 실기 1일/ 특강 외)
*'술'에 담긴,
그리고 그와 연관된 이야기들을 담고 싶다.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따기 전, 인사동 전통주 갤러리 방문했을 때:)

 
 
'전통주 소믈리에' 시험에 합격했다. 연예인 정준하로 이슈가 된 적이 있어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생소한 사람들도 꽤 있을 거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전통주'를 큐레이션 해주는 사람이다. 큐레이션 대상은 레스토랑의 손님 일수도, 바틀샵의 손님 일수도, 그 외의 경우도 있겠다. 나의 경우, 그 외의 경우를 위해 이번 시험을 준비했다. 

'관광학'을 전공하고, 20개국 이상 여행을 다녀온 나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문화의 '고유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한국 하면 물론 'K-POP'이 있지만, 무형적인 콘텐츠보다는 '일본의 기모노'처럼 머리 속에 바로 인식이 되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혼자만의 목표가 있었다. 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스토리텔링'. 새롭고 이질적인 문화를 한 사람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어릴 적 에어비앤비 자회사의 도보투어 APP인 'Detour'를 기획하며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었다. 취업 역시 '스토리'를 '사업화'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신사업의 홍보 담당을 맡기도 했고, 얼마 전까지는 공간의 컨셉을 사업화하는 컨설팅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를 퇴사를 하게 됐고, 직업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그동안 우선순위에 제쳐두었던 '우리나라만의 것을 구체화시키는' 목표가 생각났다. 예전에는 거창하게 남들이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지치지 않고 오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고 그게 바로 '술'이었다. 주 3일은 기본으로 음주를 하며^^ 술과 함께 하는 공간, 음악과 같은 콘텐츠를 매우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딱 맞는 대상이었다. 또한 '술'은 문화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술 '전통주'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했다. (자격증 있으면 그냥 술 먹는 게 아니라 공부로 술 먹는 거^^)
 
장황하게 내가 왜 이 자격증을 따게 됐느냐를 쓴 이유는 두 가지다. 1) 첫 번째는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달라. 같이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2) 두 번째는 단순히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가볍게 접근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특성 중 의미없이 자격증을 수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가볍게 접근했다가는 본인도 크게 좌절할 거고 '전통주 소믈리에'라는 자격에 대한 위상도 낮아질 것이다.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에 대해 고민하며 이 포스팅을 읽는다면 '내가 왜 이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공부한다면, 훨씬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럼 아래부터 차근히 공부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한국소믈리에협회' 사단법인에서 공인한 민간자격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공인 자격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1. 공부 방법


▶ 사설기관 '애주살롱'의 '전통주 소믈리에' 수업 수강
▶ 수업 후기/ 공부 방법 나누어서 설명
 

 
*애주살롱
https://www.instagram.com/aejoo_salon/
 
아마 '전통주' 수업 기관에 대해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내가 알고있기로는 '한국 소믈리에 협회'에서 발행하는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의 유일한 교육기관으로 알고 있다. '막걸리학교'나 '한국가양주연구소'는 수업 수강자 대상 자체적으로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발급해주기 때문인 듯?
 
*수업 회차 및 특징
수업은 3월부터 5월 초까지 6주 간 주 1회 진행됐다. 해당 분기(3-5월)에는 일요일, 화요일(2개) 수업 포함 총 3개가 있었고, 나는 매주 화요일 저녁 수업을 들었다. 내가 듣는 수업에도 사람이 15명 정도 있었다. 수업 개수와 학생수를 보면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어난 걸 느꼈다.
 
수업은 회차 별 기본 3시간 씩 진행이 되고, 2시간은 전통주에 대한 개요와 소믈리에 시험을 위한 이론 수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나머지 1시간은 전통주 시음을 하는데, 매 회차 별 시음하는 술의 종류가 달랐다. 
 


1) 수업 후기
① 이론 수업
- 전통주의 역사부터 제조 원리까지, 마시기만 익숙한 우리에게 생소한 내용을 배우기에 수업 내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3회차 때인가. 전통주 제조 과정에 작용하는 미생물들의 이름을 듣는데, 오랜만에 내가 문과를 선택한 이유가 생각났다. 아스퍼질러스 니자르, 푸르푸랄 등등... 쉽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전문적이었던 수업 내용이었기에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었다. 게다가 저녁 시간이라 피곤하기도 해서 매번 커피 수혈하면서 수업을 들었다.
 
그래도 수업을 들어서 좀 더 쉽게 개념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했다면... 아스퍼질러스 니자르 곰팡이 균이 나오는 순간 바로 시험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수업용 테이스팅 술

 
② 테이스팅(실기) 수업
테이스팅 수업은 매 시간이 신기했다. 소주파에 술을 맛보다는 분위기로 마시는 사람이라 전통주를 많이 마셔보진 않았다. 게다가 금방 배가 불러서 달고 탄산이 있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더더욱 경험의 폭이 좁았다. 
 
하지만 시음 수업을 하며 경험의 폭이 확 넓어졌다. 혼자였으면 절대 시도해보지 않았을 '탁주', '약주'들도 마셨고, 그 중에서 나의 전통주가 된 술들도 있다. 그리고 입에 털어넣기만 바빴던 술을 음미할 수 있게 됐다. '전통주 소믈리에' 실기 시험은 술의 '맛'과 '향'을 기술하고, 술 종류를 맞춰야하기 때문에 마시기 전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처음에는 물론 '술은 술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처럼 모든 술의 맛이 똑같았지만, 여러 피드백을 듣고 계속 집중하다보니 맛과 향으로 술을 구분할 수가 있더라. 그리고 생각보다 내 후각과 미뢰는 꽤 감각이 있는 편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또 다른 발견이랄까. (흐뭇) 결국 맨 처음 모든 막걸리 맛을 똑같이 느꼈던 내가 실기 시험 다 맞았다. ^^
 

 

 



 
2) 시험 후기 및 공부 방법
① 필기 시험
- 이론 수업이 '전통주 소믈리에' 필기 시험 중심으로 진행이 되지만, 별도 필기 특강이 있다(비용도 별도). 해당 특강에서는 기출 문제와 예상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추가 필요한 자료들을 공유한다.

 
 

[시험 범위]

[시험 형식]
- 'O/X, 5지선답형, 단답식, 서술형' 4가지 형태로 구성
 
[공부 방법]
나는 애주살롱 '필기 특강' 수업을 들었다. 필기 특강 수업은 기출 문제를 풀고 정답/오답을 풀이 하는 시간이었다.
 
필기 시험 범위가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나는 세 가지만 중점으로 공부했다. 시험의 목표가 100점이 아니라 합격이었기 때문에. 내가 공부한 것들은 'ⓐ 향기로운 한식 우리술 산책'과 'ⓑ 2022, 2023 찾아가는 양조장', 'ⓒ 2022 우리술품평회 대회 우승작' 3가지. 나머지 책들과 자료들의 주요 내용들은 애주살롱 필기특강에서 준 자료들에 있던 듯. 그렇다 해도 그 양이 많지 않았다. A4용지 1-2장 정도.
 
아무리 내가 수업을 들었다 한들, 필기 시험을 위해서는 스스로 '향기로운 우리술 산책'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수업은 개념을 정립해주고, 한번 훑는 정도일 뿐 '균'의 이름을 물을 정도로 디테일한 시험 준비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위에 말했 듯이 해당 연도 및 전년도의 '찾아가는 양조장'과 '우리술 품평회' 우승작들은 수업 때 다루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외워야 한다. 나는 주말에 5-6시간 씩 2일, 그리고 평일 1-2시간 씩 총 1주일 정도 공부했다. 
 
[시험 후기]
기출문제에서 문제가 꽤 많이 나왔지만, 생각보다 딥하게 묻는 질문들도 많았다. 꽤 촘촘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74점인 점수보고 당황. 이정도까지 나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표나 작은 참조들도 잘 봐야한다. 
 
② 실기 시험

 
[시험 범위]
아래 사진의 11개 리스트 중 각 주종 별 1-2개 씩, 총 5개 출제

 
[시험 형식]
글라스 잔에 준비된 5개의 술의 종류, 특징을 미리 준비된 종이에 작성
 
[시험 준비]
실기 시험 역시 애주살롱의 특강 수업을 들었다. 6주 간 테이스팅 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피드백'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기에 혼자 준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특강을 듣기로 했다. 특강은 약 2시간 동안 진행. 실기시험 주류 리스트에 있는 모든 술을 다 시험한다.
 
근데... 탁주 테이스팅하다가 진짜 울 뻔 했다. 종류가 5개인데 처음 시음했을 때 명확히 구분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 그리고 단맛과 투명도에 대한 평가도 나와 너무 달랐던 선생님의 의견.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맛과 향 구분에 대해 좀 더 딥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실기 특강이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원래는 수업만 듣고 따로 공부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특강에서 좌절감 느끼고 탁주는 종류 별로 다 사서 하루 날 잡고 준비했다. 단순히 맛으로만 구분하려하지 않고, 원재료의 특성과 맛을 비교하니 그나마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 인생막걸리-팽화미. 그 특유의 뻥튀기 쌀 향이 있다. 
 

 
[시험 후기]
*점수 구성:
  블라인드 테이스팅(60%) + 구술시험(40%)
 
꽤 열심히 준비해서인지 테이스팅은 나름 괜찮았다. 마지막 증류주는 조금 헷갈렸지만, 결국 맞췄다. 하지만 구술시험이 아쉬웠다. 구술시험은 실기 특강에서 예상문제를 받기도 했었고, 필기시험 때 공부한 내용이라 스윽- 보는 정도로만 공부했다. 하지만 시험볼 때 민망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는데. 거창한 목표에 비해 어버버 답변하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럽기도 했다. 
 
테이스팅보다 비중이 낮긴 하지만 그래도 구술시험도 열심히 준비하면 좋겠다. 

출제 문제
1. 아세설팜칼륨에 대해 설명하시오.
2. 테이스팅의 기본 원리/ 신맛의 음식을 먹을 때 어울리는 술의 종류와 구체적인 술을 추천해라.
 
 



후기


평소 궁금해하기만 했던 '전통주'에 대해 조금이나마 깊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술은 나에게 단순히 유흥의 수단일 뿐이었는데, 이번 공부를 하면서 '술'의 맛과 이 술을 만드는 '양조장'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아마 '전통주 소믈리에'를 공부하던 중 친구들과 4월에 다녀온 산사원 때문에 관심의 방향이 '사람'과 '공간'으로 포커싱이 된 듯도 하다.
 
'산사원'은 우리가 잘 아는 '느린마을 막걸리'를 만드는 회사인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술 박물관이다. 이 곳에서는 초대 대표인 '배상면' 명인의 발자취도 볼 수 있는데, 그의 일기와 업적을 보면 술에 얼마나 진심이었는 지 느낄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네 삶을 함께하는 '문화'였다. 한국의 '문화'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농업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원재료 제한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새로운 주조법을 연구하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일기장을 보면 얼마나 장인정신을 가지고 연구했는 지 몸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전통주'에 담긴 이야기들을 담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이번 자격증 취득을 시작으로 '전통주'에 대한 포스팅뿐만 아니라 그 술을 만드는, 혹은 판매하는 공간과 그곳의 사람을 담는 포스팅을 간간이 할 예정이다. 아직 이 산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지만, 차근히 이곳의 이야기를 잘 담아봐야지. 
 

 

*애주살롱 수강료, 분위기 등 애주살롱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비밀 댓글로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