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반짝잔짝 빛나는

정말 많은 사랑의 방식이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헤어질 결심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나와 다른 사랑을 하는, 영화와 소설 주인공들의 선택을 응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비록 혼자일 지라도.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걸 수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부부다. 동성애자인 남편과 감정 기복이 큰, 정신병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는 부인. 이들은 서로의 니즈가 맞아 결혼을 해 부부가 됐다.
사회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결혼, 에서 끝나면 문제가 없는데 소설 속 부인인 쇼코는 남편인 무츠키를 사랑하게 됐다. 동성애자인, 애인도 있는 걸 알고 결혼한 상대를 사랑하는, 바로 옆에 있지만 연결될 수 없는 공허감을 매일 느끼며 그녀는 더욱 감정적으로 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그들은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무츠키의 애인까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산다. 그 과정을 견뎌내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 이들의 모습을 추앙하는 옮긴이의 글도 있지만. 난 글쎄. 오직 무츠키 옆에 있고 싶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쇼코는 과연 행복할까?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진다면, 결국 쇼코는 자살로 끝내지 않았을까.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나도 가끔, 정말 가만히 있다가 밀려드는 사무치는 외로움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와 연결될 수 없는 사람 옆에 있고 싶지는 않다. 옆에 있지만 옆에 있지 않은, 물리적 감정적 거리로 인한 공허감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이라는 걸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코는 무츠키를 선택했다. 비록 소설 속 가상의 존재이지만 그녀의 선택을 나는 응원한다. 한 편으로는 나보다 무츠키의 행복을 바랄 수 있는 그 사랑을 한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진 쇼코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봐서 일까.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굉장히 감정적으로 벅찼다. 타이페이 여행 중 원치 않는 상황들과 밀려드는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내 감정 상태가 쇼코와 동일시 됐던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행 마지막 날 우연히 카페에서 혁오의 tomboy를 들었고, 카페에서 눈물을 여러 번 훔쳤다. 후회로 현재를 소진하는 듯한 시간에 공감이 가서.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나도, 쇼코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시간도 언젠가 지나가길.
https://youtu.be/pC6tPEaAi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