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4. 공간

(공간) 포천 산사원/ 양조=소명, 우곡 배상면 선생

센슬리 2023. 4. 19. 01:43

*입장료 4,000원/ 시음 및 기념 막걸리 공짜
*관람 시간 최소 2시간 추천(시음 포함)
*전통주 양조, 혹은 전통주에 관심이 있다면 방문 추천


포천에서 신나게 논 다음날, 해장 후 우리의 코스는 산사원이었다. ‘느린마을 막걸리’로 유명한 ‘배상면주가’의 박물관과 양조장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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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술박물관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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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원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누어져있다. 1) 박물관과 2) 한옥 양조장.


우선 박물관에서는 우리술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볼 수 있으며, 16가지 이상의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다.

전국 대표 우리술
내가 빠진 잔들
옛날 냉장고
시음 테이블
약주, 탁주, 증류주, 괴실주 등 종류별로 구성된 시음주류


또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인 ‘배상면주가’의 초대 설립자인 우곡 ‘배상면’ 선생의 발자취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술만 빚는 ’명인‘이 아닌 본인의 업을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한 ’직업정신‘을 가진 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전통주 수업에서 배운 전통주의 정의,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원재료로 빚어진 술”의 개념을 도입한 사람 역시 우곡 선생이었다. 농업이 사회의 기초라고 생각한 그는 ’전통주(혹은 우리술)‘만큼은 우리 것으로 만들어 1차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자 했던 그.

자체 쌀/밀 생산이 없어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대외 상황에 의해 나라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보게된 요즘, 얼마나 넓은 혜안을 가진 사람인 지 놀라울 뿐이었다.


또한 양조업자가 아니라 마치 과학자, 아니 한편으로는 신학자처럼 아직 개척되지 않은 양조법 연구를 위해 기도문을 쓰면서까지 간절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왠지 모를 울컥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게 던져지는 질문. 나는 무언가 이정도로 간절하고 절실한 게 있는가?

그의 일기장으로 구성된 전시실과 비디오전시실


우곡 선생에 대한 경외심과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복잡해진, 얼기설기 섞인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2) 한옥 양조장이었다.


여러 개의 ㅁ자 복도를 둘러싼 항아리들은 술독. 이 안에는 ‘배상면주가’에서 담근 여러 술들이 실제로 담겨있다. 술독을 그냥 배열한 게 아니라 ㅁ자 주변으로만 배치해 가운데를 정원으로 만든, 한옥 특유의 개방감을 이 공간에 적용해 더욱 정답게 느껴졌다.



그 주변에 있는 한옥 건축물들은 이 양조장만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욱 빛내준다.

전 날의 과음으로 숙취가 있어 마음껏 즐기지 못해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다시 간다면 벽에 붙어있는 우곡 선생의 일기장도 자세히 보고, 한옥 양조장의 한옥들과 서까래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다.

기념샷